시, 소설, 산문 63

아몬드

아몬드 손원평 지음 (파주: 창비, 2017) 작고 맛있는 견과류 중 하나인 아몬드. 책 제목을 이것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했고, 유명한 RM이 재밌게 봤다는 책을 2021년에 모셔 놓고선 이제야 읽어 본 나. 물론, 손원평 작가의 을 먼저 읽어봤었기에 문장에 의문을 품진 않았다. 다만 때가 되면 읽게 되리라는 막연한 마음을 갖고 있었을 뿐이지. 또 하나의 특징으로 책 표지의 남자 그림은 도대체 제목과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했었다 모든 비밀은 책을 읽어나감으로써 발견하게 되는 부분이기에 굳이 스포하지 않으리. 아무리 출간한 지 6년 정도가 흘렀고 밀리언셀러이고 절판되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단 하나 비교하며 쓰고 싶은 내용이 있다. 느끼지 못한다는 것의 동질성. 아픔에 동조하지 못하는 게 ..

시, 소설, 산문 2023.06.15

종이 동물원

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서울: 황금가지, 2018) 어려서 해 본 즐거운 활동으로 종이접기가 있다. 라떼 이즈를 발하면, 비행기 좀 접어봤고, 동서남북(?)도 만들고, 종이학은 받아봤.. 아무튼 그랬다. 그 무엇보다 종이접기의 최고봉으로는 코딱지들이라고 말하던 EBS의 선생님이 최고였지만. 이번에 읽어본 단편소설 모음집은 겉표지에 살아있다고 느껴지는 종이호랑이가 쳐다본다. 마치, 작품 속의 호랑이가 뛰어오르려고 준비하는 자세처럼 말이다. 자세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검색해 보면 잘 나오니 확인해보면 어떨지. 모쪼록 이 책의 표제가 된 동명의 작품은 SF와 관련된 상을 3관왕이나 차지할 만큼 흥미로운 작품임이 틀림없다. 중국계 미국인이 그려낸 세계를 다시금 한국어로 담아냈음에도 묻어나는 그만의 색깔이랄까..

시, 소설, 산문 2023.06.13

코끼리

코끼리 김재영 지음 (파주: 아시아, 2014) 대도시에 살다 보면 만나게 되는 여러 모습의 사람들. 다들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쩌면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만 여유롭게 보이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런 가운데에 나와는 피부색이 조금은 다른 이들이 존재한다. 외국인이라고 부르는 이들. 이번에 읽어본 단편소설은 라는 제목을 갖고 있다. 코끼리를 좋아하는, 애정하는 문화권에서 태어난 아버지가 한국으로 들어와서 살아가는 삶이 담긴 이야기, 주인공인 화자는 그 아버지의 자녀이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살아가지만 외국인의, 이주노동자의 자녀이기에 겪는 일련의 아픔들이 슬프지 않게, 자극적이지 않게, 담담하게 그려진다. 외국이라서 아니 외로운 순간을 보게 된다. 도시보다는 교외 지역에서 ..

시, 소설, 산문 2023.06.04

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

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 나태주 시 임동식 그림 (파주: 열림원, 2022) 시 하나를 읽고 가슴에 담는 것에도 많은 울림이, 떨림이 필요하다. 시인의 가슴에 들어온 마음이 하나씩 꾹꾹 눌러 담겨서 압축된 단어로 나와야 하니까, 그 문장이 나에게 이해되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 시인의 시선으로 시인의 마음으로 바라볼 때에 내가 놓치는 존재들에게, 작디작은 미물 하나에도 시를 발견한다. 독자가 내가 그들을 인지하도록, 시인의 마음으로 보도록 이끄는 단어를 만나면 얼마나 행복해지는지. 들꽃 시인이라 불리는 나태주 시인과 그에게 시상이 떠오르게 만드는 아름다운 작품을 그리는 임동식 작가의 그림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고 그 시집이 나에게 왔으며 보게 되었었다. 이 책은 미술 에세이 같기도 하며 작품 해..

시, 소설, 산문 2023.03.18

우리 자유의 시간

우리 자유의 시간 정우향 지음 (서울: 일파소, 2023) 돌아보니 같은 저자의 책을 네 권째 들고 있던 나. 조금이나마 작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재독을 하고, 삼 독을 하면 또 다른 깊이의 차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글을 만나면 행복하다. 아, 그런데 성서 통독은 언제나 힘들다. 특별히 ‘시간’이라는 단어를 제목에서 자주 만나는 작가의 글. 시간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계속 흐르고 있고,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현재라는 접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설명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중의적 의미로 저자의 추억을 돌아보며 라떼 시전을 하는 것일지도? 그런데 말입니다. 이번에는 그림이 정말 많음을 보게 된다. 저자가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이 도배 수준으로 아니, 그림 에세이처럼 나온 것이다...

시, 소설, 산문 2023.03.16

유라의 결혼식

유라의 결혼식 이숙경 지음 (서울: 문이당, 2009) 장편소설만 읽거나 수필을 좋아하던 나에게 단편소설의 맛을 알려준 작가. 그분의 두꺼운 소설책을 읽으니 특유의 문장이 너무 다가왔다. 왠지 모를, 가슴이 아파질 것만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덤덤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세월이 흐르기를 바라게 되는 문장이기도 하지만. 매번 이 작가님의 산문을 주로 읽다 보니, 이 책에서도 특유의 현실적이면서도 아련한 문장을 만나게 된다. 이 부분은 사실에 기반한 문장이 아니기를 바라게 될 정도로 말이다. 다행히(?) 이 책은 산문보다 덜 현실적이긴 하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기에 사랑도 담겨 있다. 그러나 그 사랑이라는 주제는 이제 청춘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중년에게도 있음을 이제는 안다. 많은 이들이 ..

시, 소설, 산문 2023.01.22

너와의 시간, 당신과의 시간

너와의 시간, 당신과의 시간 정우향 지음 (대전: 엘도론, 2014) 좋은 저자와의 만남은 글을 통해서 나를 새롭게, 넓게 만들어주는 시간을 준다. 저자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언어를 통해서 벌어지는 소통에 관하여 천착하는, 외국어로서의 프랑스어를 열강하는 강사(지금은 교수이신)이기에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교수자와 학습자의 소통은 상호관계를 이루지 못하면 수업의 실패로도 이어질 수 있으니. 그러나 이 책은 에세이다. 근간인 처럼, 소통능력에 대해서 주요 주제를 다루는 책이 아니라 일상에서 느끼는 저자만의 생각을, 저자만의 시선으로 담아낸 에세이다.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이 묻어나며 인문학적 소양으로 중무장된 작가의 글임을 마구 느낄 수 있는 에세이. 두 아이의 엄마이자,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연..

시, 소설, 산문 2022.12.03

상상과 사랑

상상과 사랑 오리여인 그림, 김선오 글 (서울: 예스24, 2022) 어렸을 적에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기보다는 꿈을 위해서 열심히 피아노를 쳤던 기억이 난다. 반복되는 음악과 음들 사이에서 갇혀 있는 존재와 같았던 나에게 그 음표는, 리듬은 찰나의 순간이 아니라 억겁의 시간과 같았다. 그래도 버텨내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을 통해서 음악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최근담 시리즈의 이 작품에서는 피아노와 시가 엮여서 등장한다. 이것을 나에게 대입한다면 꿈과 삶이 엮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좋아하지만 할 수 없을 때에 느끼는 그 씁쓸함과 그래도 삶은 지속됨을 목도함이란 어떤 의미가 될까. 과거와 미래를 잇는 현재는 결국에 나만이 아니라 타자가 존재하기에 이어지..

시, 소설, 산문 2022.11.21

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

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 김승 지음 (서울: 꿈꾸는인생, 2020) 책 제목에 이끌렸다. 겉표지를 감싸는 오렌지 혹은 귤 빛깔도 끌렸지만 제목에서 온전히 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 큐레이팅 해주는 서점의 대표님 설명이 음소거 되고, 나의 두 눈으로는 제목만 보였던 글이었다. 그렇게 담아온 뒤 한 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모셔 있다가 이제야 읽게 된 것도 ‘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라는 물음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라 느낀다. 열심히 산다고 사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힘이 부쩍 들 때니까. 작가는 자신의 삶을 필터링 하지 않은 채로 과감하게 이야기 해준다. 그리고 그 문장 속에서 동질감을 발견하게 되고, 거기에 나를 대입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시간이 되어간다. 마치, ‘나’라는 존재..

시, 소설, 산문 2022.10.17

하트모양 크래커

하트모양 크래커 조예은 글 오리여인 그림 (서울: 예스이십사, 2022) 누구냐 넌, 날 왜 이렇게 닮은 거니. 분명, 이야기 속 주인공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날 닮은 너를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꿈을 꾸며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행복하고 좋은 일이지만, 현실 감각도 포기할 수 없는 것임을 알기에 이미 나는 나이든 사람이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 두근거림을 말하는, 보여주는 하트는 과연 무슨 의미를 갖게 되는 걸까. 자세한 것은 짧지만 재밌는 글을 통해서 만나보시기를 바라며

시, 소설, 산문 202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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