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의 시간, 당신과의 시간 정우향 지음 (대전: 엘도론, 2014)
좋은 저자와의 만남은 글을 통해서 나를 새롭게, 넓게 만들어주는 시간을 준다. 저자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언어를 통해서 벌어지는 소통에 관하여 천착하는, 외국어로서의 프랑스어를 열강하는 강사(지금은 교수이신)이기에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교수자와 학습자의 소통은 상호관계를 이루지 못하면 수업의 실패로도 이어질 수 있으니.
그러나 이 책은 에세이다. 근간인 <언어적 약자>처럼, 소통능력에 대해서 주요 주제를 다루는 책이 아니라 일상에서 느끼는 저자만의 생각을, 저자만의 시선으로 담아낸 에세이다.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이 묻어나며 인문학적 소양으로 중무장된 작가의 글임을 마구 느낄 수 있는 에세이.
두 아이의 엄마이자,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연구자, 엄마와 언니들을 믿고 따르는 동생 등 여러 가지 정체성을 담고 있는 한 여성으로서의 모습은 인생은 단순하게 흘러갈 수 없음을, 또한 욥처럼 바라지 않더라도 불어오는 인생의 파고를 보도록 만든다. 그 가운데에서 살아낸다는 것은 제 3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아프고 힘든 순간임을 목도하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이 아름답고 빛날 수 있다고 믿는 것, 이겨내는 능력을 얻는 비결은 창조된 존재라고 믿고 나아가는, 신앙인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생각보다 더 귀한 목적을 가지고 창조된 자들일지 모른다. 180쪽
단 하나의 가능성일지라도 놓치지 않고 나아가는 뚝심은 나를 다시금 일어설 수 있도록 만드는 동력이 되기에 아름답다. 마치, 이번 월드컵 16강에 오른 대한민국 대표팀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창조된 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갈 때에 <너와의 시간, 당신과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게 되리라 믿는다. 순간조차도 찬란하고 아름다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