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서적 리뷰 64

산티아고 다이어리

산티아고 다이어리 김재흥 지음 (서울: 옐로브릭, 2024) 한동안 많이 걷고 싶었다. 그러다가 업무 때문에, 패시브 스킬로 많이 걸어서인지 조금은 천천히 걷고 싶었다. 그래도 한번은 꼭 걷고 싶은 길이 있다. 인생은 순례자와 같은 삶임을 알기에, 산티아고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지 않을까. 건강이나 시간과 같은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야만 갈 수 있는 곳이기에 더더욱 가고 싶고 가고 싶다. 저자인 김재흥 목사님은 정말 딱 알맞은 시기에 알맞은 자유를 얻어서 떠나셨다. 40일간의 산티아고를 향한 발걸음은 의도한 대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인생과 같기에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했다. 별이 쏟아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아갈 수 있는 그 걸음이 아름다워 보였다. 멀리서 보면 희곡이지만 ..

영성 없는 진보

영성 없는 진보 김상봉 지음 (서울: 온뜰, 2024) 민주야 어딨니. 잘 지내니. 넌 어떤지 궁금해. 지금 여기는 네가 없어서 슬펐어. 그런데 네가 돌아온다는 말에 참, 기뻤어. 민주가 보고 싶었거든. 그래서 참 반가워. 민주야. 이런 문장으로 글을 시작하니까 왠지 민주를 찾는 어떤 청년의 모습 같나요. 사실 민주를 찾는 사람은 그 누구라도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를 열망하고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말이지요. 그 가운데에서, 사회가 진보하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믿는 이들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멈춰 있음이 아니라 날마다 발전하고 전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갑자기 마주하는 역사의 소용돌이는 대단합니다. 비상계엄 사태와 해제, 탄핵소추안 발의와 가결로 업무가 정지된 대..

찬란한 멸종

찬란한 멸종 이정모 지음 (서울: 다산북스, 2024) “나 때는 말이야!” 이런 표현을 즐겨 쓰는 라테 토크 전문가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근본 오브 근본 라테가 계신다면 어떻게 할까요. 범고래, 네안데르탈인, 산호, 삼엽충 외 여러 존재가 계십니다. 맛깔나는 문장으로 이분들을 인터뷰한 것처럼, 글을 써 내려간 이정모 관장님의 문장은 재미+감동+서글픔이 느껴집니다. 지구의 역사를, 진화의 역사를 역순으로 돌려본다는 기획부터 대단하고요. 어디선가 느껴지는 영화 의 기억도 있습니다. 아마, ‘Lucy’가 ‘LUCY’와 연관되어 있겠지요? 이게 다 무슨 소리냐고 하신다면, 아마도 문과러일 확률이 높아집니다. 태초(X), 태생(O) 문과인이라면 “태정태세문단….” 아, 아닙니다. 과학과 발견, 생물과..

책, 이게 뭐라고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파주: 아르테, 2020) 동네 책방에서 마주한 책등의 제목이 강렬했다. 고양이 앞에 생선처럼 책을 사면서 소장파처럼 모셔놓았다. 그러다 생각나면 꺼내서 읽는 나에게 주는 물음과 같던 제목이 였다. 더욱, 표지가 주는 시니컬함이란, 저자의 문장을 압축한 느낌이었고. 책은 동명의 제목으로 이루어졌던 팟캐스트를 베이스로 해서, 저자의 글과 책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라는 과목이 생각나게 만드는 저자의 분류법은 장마다 마주하는 절들의 제목과 곁들여서 맛을 더해주는 에센스 같았다. 책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고, 자주 놓치게 되는 시대성,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얇을 수밖에 없는 이해력의 보통 사람을 보게끔 한다. 저자의 ..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한동일 지음 (파주: 이야기장수, 2023) 으로 익히 유명한 저자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커다란 기대와 소문보다 별로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분명히 좋을 것이라는 마음을 담아서 책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많이 사용하고 있는 라틴어의 문장들, 우리는 분명 한글을 사용하고 있기에 라틴어의 본토처럼 문장과 단어를 이해하고 사용하진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문장이 저에게까지 와서 사용케 되었다는 것은 말이 갖는 힘이 좋았다는 것이며, 세대와 세계를 뛰어넘어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잠언이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독하게 공부하고 살아왔던 저자가 삶의 자리에서 마주했던, 자신을 살리던 문장들이 다른 이들에게도 생명과 같은 문장이 되길 ..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뉴욕공공도서관 지음 배리 블리트 그림 이승민 옮김 (서울: 정은문고, 2020) 책 좋아하고, 도서관에 신청 열심히 하는 제가 도서관 관련 책을 발견하고 읽지 않기란 어려운 그 무엇입니다(?). 보자마자 이건 마이 프레셔스라 생각했기에 고이 모셔두었고 결국엔 읽었습니다(?). 과거의 질문들을 찾아서 현대의 시선으로 대답해 주는 게 재밌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이든 미합중국이든 누구나 범할 수 있는 실수, 철자 틀리기를 통한 더더욱 엉뚱한 질문도 위트 있게 넘기는 사서들의 센스를 보게 되니 그 또한 즐겁습니다. 도서관에서 서식하던 사람이 도서관 책으로 즐거워하고, 그 도서관에 아이를 데리고 가니 더더욱 행복한 것은 안 비밀입니다(?). 다양한 욕구와 층위에서 바라보는 도서관. ..

미술시간에 가르쳐 주지 않은 101가지

미술시간에 가르쳐 주지 않은 101가지 공주형 지음 조장은 그림 (파주: 동녘, 2010)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면 항상 스케치까지만 만족스러웠다. 채색이 들어가면 무언가 망해버리는 그런 사람이었기에, 어쩌면 나하고는 거리가 먼 존재이기도 했다. 심지어 미술 선생님의 안타까움이 더해져서 채색을 도와주고 싶어 하셨지만, 그런 그분의 바람과는 다르게 더더욱 엉망이 되어가는 완성물…. 그래도 미술 자체에 악감정이 없었고, 연필 혹은 볼펜으로 그려진 그림이 좋았던 건 다행이 아니었을까. 어느 공간에 차분히 앉아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적어내는 일에 도움이 된 시간이기도 했으리라 생각해 본다. 미술과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나면 안 다행임을 알게 되는 건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난 다음이다. 대학에 와서도 교양 과목에서..

경이라는 세계

경이라는 세계 이종태 지음 (서울: 복 있는 사람, 2023) 경이롭다는 게 무엇일까요. 무엇을 바라보며 놀라워하고 대단하게 생각하고 신비롭고도 무서움을 느끼게 될까요. 우주, 지구, 생명, 그 무엇을 바라보아도 놀랍고도 아름답지만 때로는 그 자체가 무섭기도 합니다. ‘멋있다’ 혹은 ‘놀랍다’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 어떻게 하면 이 세계를 담아낼 수 있을까요. 담아내는 방법을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념(혹은 신념)이라고 해야 할지요. 저는 ‘xx주의’, ‘oo주의’보다 물 자체를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철학의 방식이 좋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 읽어본 저자는 더욱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하시기를 정말 잘 해내시는 번역가이자 목사님이자 교수님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유명하지 않은 제가,..

가난의 문법

가난의 문법 소준철 지음 (파주: 푸른숲, 2020) 자발적 가난에 들어서지 않는다면 만나고 싶지 않은 게 가난이다. 그런데 가난에 들어서게 되는 경로를 문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되는가. 내가 걸어가는 길이 그곳이라면 말이다. 가난하고 싶어 가난해진 사람은 없다. 127쪽 이번에 읽은 책에서 만나게 되었던 강렬한 문장이었다. 문장의 길이가 짧을수록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강조하는 것일 텐데, 자기의 뜻대로 된 경우가 얼마나 있겠냐는 선언으로 읽어졌다. 책은 여러 현실을 보고 느낀 저자가 특정한 인물을 창조해낸 이야기로 진행되며, 그 공간과 시간에서 포착되는 모습에 포커스를 맞추고 사회학적인 부분들을 설명해준다. 광의적인 차원에서의 사회 문제 접근도 필요하겠지만, 개인의 삶을 따라서 바라보면 비..

커피, 코카 & 코카콜라

커피, 코카 & 코카콜라 리카르도 코르테스 지음 (서울: 도서출판다빈치, 2018) 커피를 좋아하고, 콜라를 좋아한다면 제목에 이끌리어 멈추게 될 책을 발견했다.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갔다가 서가에서 우연히 마주한 얇지만, 도록 같은 판형을 보여준 책. 그리고 코카라고 적혀있는 제목의 중간 부분은 내가 아는 그 코카(인)이라 생각 들었기에 발길을 멈추었다. 커피를 참 좋아해서 관련된 책들을 읽어보기도 하고, 집에 가끔 책이 늘어나는데 이 책은 나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하게 될지 궁금했다. 커피를 둘러싼 다양한 역사를 토대로, 카페인의 발견과 거기에서 나타난 반응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콜라라는 열매를 다룬다. 또한 코카를 다루며 이를 둘러싼 여러 이해당사자의 행동을 추적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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