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서적 리뷰

찬란한 멸종

읽고쓰고나누고 2024. 10. 23. 19:05

찬란한 멸종 이정모 지음 (서울: 다산북스, 2024)

 

“나 때는 말이야!” 이런 표현을 즐겨 쓰는 라테 토크 전문가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근본 오브 근본 라테가 계신다면 어떻게 할까요. 범고래, 네안데르탈인, 산호, 삼엽충 외 여러 존재가 계십니다.

 

맛깔나는 문장으로 이분들을 인터뷰한 것처럼, 글을 써 내려간 이정모 관장님의 문장은 재미+감동+서글픔이 느껴집니다.

 

지구의 역사를, 진화의 역사를 역순으로 돌려본다는 기획부터 대단하고요. 어디선가 느껴지는 영화 <루시>의 기억도 있습니다. 아마, ‘Lucy’가 ‘LUCY’와 연관되어 있겠지요?

 

이게 다 무슨 소리냐고 하신다면, 아마도 문과러일 확률이 높아집니다. 태초(X), 태생(O) 문과인이라면 “태종태세문단….” 아, 아닙니다. 과학과 발견, 생물과 역사, 진화에 대한 지식의 부족함이 담고 있는 아쉬움이니까요. 괜찮습니다. 하나씩 알아간다면 서로서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오지 않을까요.

 

물론, 신앙적인 혹은 종교적인 이유로 진화에 대해서 필터를 끼고 보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천천히 하나씩 상대방을 이해하면 다르더라도 존중하게 되고, 찰스 다윈이 누구인지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면서, 생명체가 갖는 아름다움과 한계, 우주의 광대함 그리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초월적 존재로까지의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다섯 번의 멸종이 와 닿지 않는 개별자에게는 자기 소멸 혹은 개인적 종말이 가장 중요합니다. 개인의 종말 너머에 존재하는, 우주적 종말은 전 존재에게 다가오는 재앙과도 같지 않을까요. 그러나 전 지구적 차원에서 종말이 가져오는 기대와 효과는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자원의 순환이자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목도하는 경이의 순간일지 모릅니다.

 

홀로세 혹은 인류세라 부르는 지금 시기의 주인공은 인류입니다. 그러나 이 주인공들의 삶이 흔들리는, 환경오염으로 시작된 이상 고온 및 급변하는 환경은 인류의 존립 자체를 위협합니다. 이를, 생물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그들의 라테 토크로 돌아보게 해줍니다.

 

‘쓸쓸하거나 찬란한 멸종’이 될 것인지, 아니면 다시금 지구와 함께 시대를 열어갈 것인지를 흥미롭게 묻는 책임을 느끼며.

 


 

이정모 관장님은 이야기꾼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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