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서적 리뷰

영성 없는 진보

읽고쓰고나누고 2024. 12. 17. 21:17

영성 없는 진보 김상봉 지음 (서울: 온뜰, 2024)

 

민주야 어딨니. 잘 지내니. 넌 어떤지 궁금해. 지금 여기는 네가 없어서 슬펐어. 그런데 네가 돌아온다는 말에 참, 기뻤어. 민주가 보고 싶었거든. 그래서 참 반가워. 민주야.

 

이런 문장으로 글을 시작하니까 왠지 민주를 찾는 어떤 청년의 모습 같나요. 사실 민주를 찾는 사람은 그 누구라도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를 열망하고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말이지요. 그 가운데에서, 사회가 진보하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믿는 이들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멈춰 있음이 아니라 날마다 발전하고 전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갑자기 마주하는 역사의 소용돌이는 대단합니다. 비상계엄 사태와 해제, 탄핵소추안 발의와 가결로 업무가 정지된 대통령의 모습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외치는 민중 사이에서, 과거의 7080 시대의 대한민국 민주주의에서 교회가 위치하던 자리는 어느새 보이질 않습니다. 전태일의 신앙과 고백과 삶이 위치하던 제가 사랑스럽게 생각하던 감리교의 위상도 어느덧 아쉬움을 담게 되고요. 그럼에도 믿고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어디에 존재할까요.

 

종교는 나와 타인, 나와 세계가 하나의 절대자 속에서 하나라는 믿음을 통해 타인의 고통에 대한 자기희생적 응답을 가능하게 한다. 80쪽

 

현실이 아무리 절망적이라 할지라도 그 믿음이 살아 있는 한, 주체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위한 길에 자기를 던질 수 있다. 69쪽

 

저는 종교 중에서 그리스도교의 신앙이 믿음을 통해서 그리고 그 믿음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도록 진(일)보하도록 나아가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조금 위협을 느끼더라도 다시금 나아간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타자와 나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희망이 믿음에 있다고 믿습니다.

 

저자는 얇은 책을 통해서, 다소 도발적일 수 있고 오해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서 이야기를 전합니다. 진심 어린 마음으로 영성의 부재가 가져오는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다시금 희망을 이야기하는 철학자의 예언자적 외침으로요.

 

세계는 지금 여러 곳에서 전쟁 중입니다. 또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격랑의 모습입니다. 이 가운데 더더욱 영성이, 사랑이, 필요함을 외치는, 무너진 성벽을 수축하는 그리스도인을 기대하게 됩니다.

 

영성에 대해 새롭고도 진중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면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영성이란, 다양한 형태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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