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있는 사람 11

옥중연서

옥중연서 디트리히 본회퍼, 마리아 폰 베데마이어 지음 정현숙 옮김 (서울: 복 있는 사람, 2013) 디트리히와 마리아의 편지로 엮어진 책, 남자 주인공인 디트리히는 갑작스레 수감 된다. 여자 주인공인 마리아는 그런 그에게 사랑을 느끼고 배우고 옥바라지로 이어진다. 그러나 주인공은 모르는 결말을 향해서 쉼 없이 달려 나간다.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슬프고도 아름답고, 부러웠다. 그래서 매우 천천히 나눠서 읽어간 이야기였다. 과연 그들은 이곳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았다면, 어떤 말로 대화를 나누었을까. 과거의 기록이 자료가 될 수 있음은 온라인상의 글이 아니고, 메모리 반도체에 저장되는 휘발성 기억이 아니라 편지라는 방식의 종이 위에 기록된 매개체가 주는 혜택일 것이다. 지워지지 않는 추억이 되..

사랑이 남긴 하루

사랑이 남긴 하루 김명선 지음 (서울: 복 있는 사람, 2020) 천천히 읽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자리를 나는 과연 바라볼 수 있을까. 이태원 참사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죽음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그리고 갑작스럽게 올 수 있음을 보게 되었다. 안타까운 젊은이들의 죽음, 그리고 슬픔과 황망함만 남은 자리. 이라는 곡으로 잘 알려진 싱어송라이터로서가 아니라 한 남자의 여인으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맞이하게 된 죽음은 갑작스러웠을 것이다. 기도로 준비하고, 역사하심을 믿었지만 호스피스를 받고 떠나야만 했던 남편의 자리. 천국으로 환송을 보냈지만, 남아 있는 가족에게는 행복하지만 할 수 없는 아픔도 남았다. 그럼에도 살아가고 살아낼 수 있는 이유는 ‘사랑이 남긴 자리’가 커다랗기 때문이..

믿음의 글들 2025.01.05

히브리어의 시간

히브리어의 시간 송민원 지음 (서울: 복 있는 사람, 2024) 요즘, 이 인기입니다. 희랍어와 비슷하게(?) 읽어지는 히브리어도(!)도 있습니다. 혹시 성경 공부를 하면서 희랍어를 찾아봤다면, 히브리어도 당연히 찾아봐야 하는 언어이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시리즈처럼 느껴지는 제목의 을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시고요. 좌측에서부터 시작하여 우측으로 읽어가는 한국어에 익숙한 사람에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가는 언어의 다름이 낯설기만 합니다. 그러나 이 상황을 기회로 삼아 더더욱 성경을 배운다고 생각하면 그나마 낫지 않을까요. 이 어려움을 이해하고 독려해 주는 문장을 만나게 됩니다. 낯선 언어를 배우는 일은 우리를 안전하고 익숙한 틀 밖으로 내몹니다. 평소에 듣던 음역대를 벗어난 하나님..

성서에 관하여 2024.11.08

신과 악마 사이

신과 악마 사이 헬무트 틸리케 지음 손성현 옮김 (서울: 복 있는 사람, 2022) “너와 나의 나이 차이, 소주와 우유 사이”라는 가사가 나오는 노래가 있다.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인가는 언제나 다름을 나타낸다. 그런데 이번에 읽어본 책의 제목도 사이를 강조하고 있다. 원제를 번역한다고 해도 다를 게 없어 보이는 (그렇다고 독일어를 제가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 표지의 디자인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ISBN과 함께 하는 바코드를 따로 배치하지 않고, 왠지 모르게 성전 꼭대기를 형상화한 것 같은 그림이 바코드 그 자체였다(어쩌면 악마의 표시를 바코드라고 말하던 그분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 위에는 뛰어내려 보라고 말하는 존재의 악마와 옆에 서 있는 예수가 계시고. 띠지를 활용해서 더욱 ..

믿음의 글들 2024.09.01

경이라는 세계

경이라는 세계 이종태 지음 (서울: 복 있는 사람, 2023) 경이롭다는 게 무엇일까요. 무엇을 바라보며 놀라워하고 대단하게 생각하고 신비롭고도 무서움을 느끼게 될까요. 우주, 지구, 생명, 그 무엇을 바라보아도 놀랍고도 아름답지만 때로는 그 자체가 무섭기도 합니다. ‘멋있다’ 혹은 ‘놀랍다’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 어떻게 하면 이 세계를 담아낼 수 있을까요. 담아내는 방법을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념(혹은 신념)이라고 해야 할지요. 저는 ‘xx주의’, ‘oo주의’보다 물 자체를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철학의 방식이 좋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 읽어본 저자는 더욱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하시기를 정말 잘 해내시는 번역가이자 목사님이자 교수님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유명하지 않은 제가,..

삶속의 글들 2024.04.20

안식일은 저항이다

안식일은 저항이다 월터 브루그만 지음 (서울: 복 있는 사람, 2015) 안식일이라는 말이 살짝 부담스러운 그런 사람, 바로 일요일에만 교회를 가야한다고 배워왔고, 살아왔던 내가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안식일의 참된 의미보다는 다른 것을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였을까. 안식일에 대한 원초적이진 않지만 사뭇 관심을 갖게 되고 기회가 되면 살펴보고 알아보려고 노력했었다. 때마침 관련된 책을 구입하면서 이 책을 먼저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구입한 것이 이번에 읽은 책이다. 책의 내용을 들어가 보면 고대의 유대인들이 어떻게 살아갔을 지를 특별히 이집트 아래에서 모습으로 돌아보면서 시작되는 책이기도 하다. 안식을 강조하는 책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6장까지만 있다(아무래도 읽은 후 쉬면서..

믿음의 글들 2022.07.27

루미나리스

루미나리스 로완 윌리엄스 지음 (서울: 복 있는 사람, 2020) 빛으로 오신 분, 빛을 비추는 존재, 빛을 밝히는 등불. 예수님을 여러 가지로 표현해 볼 수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책을 읽었다. 인상적인 겉표지의 질감과 금박의 레터링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혹자는 로완 윌리엄스를 이해하기에 가장 도움이 되는 책을 꼽으면 이 책이라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열심히 구매해놓고 잊어진 기억과 같았던 책이었다. 오히려 다른 책으로 그를 알아가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좀 더 살펴보자. 책에서는 저자의 시각으로 20명의 인물을 탐구하고 이야기한다. 학술적인 언어가 아닌 강연 혹은 설교문을 엮어서 만들어낸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어렵지 않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배려를 ..

신학과 종교학 2022.01.28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서울: 복 있는 사람, 2021) 어마 무시한 분량을 자랑하는, 벽돌책. 여러 글을 모아서 읽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답을 작성해 볼 수 있는 교재. 과연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곧이곧대로 읽는 정공법으로 읽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다행히, 챌린지를 통해서 다 같이 끌어주고 당기는 분위기가 있기에 위기가 찾아와도 이겨낼 수 있는, 넘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책은 벽돌입니다. 1200쪽을 자랑하는 분량과 더불어 양장이며 무게감부터 남다릅니다. 그리고 선집(혹은 Reader)이기에 각 글마다 문체가 다릅니다. 시대가 다르고 작가가 다르기에 읽어지는 것도 어느 문장은 쉽고 어느 문장 두 번, 세 번 읽어도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

신학과 종교학 2022.01.20

예수님의 눈물을 읽고

예수님의 눈물 김정형 지음 (서울: 복 있는 사람, 2019) 사순절 기간 주님을 묵상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던 중 서가에 꽂혀있는 본서가 눈에 들어왔다. 복 있는 사람에서 특별상으로 수상하였던 『예수님의 눈물』.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 이야기로 쓴 그리스도론이라고 저자가 말하여 주기에 조금의 고민 없이 묵상집과 더불어서 사용하게 된 것이다. 과연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나에게 어떤 성찰을 더하여 줄까.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을 일주일간 나눠서 읽었다. NCCK에서 나온 묵상집을 사용하는 중이라 묵상을 심화하는 용도로 쓴 것이다.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겉표지의 디자인부터였다. 겉표지 인쇄된 눈물자국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빗물이 눈물처럼 떨어졌던..

예언자적 상상력을 읽고

예언자적 상상력 월터 브루그만 지음 (서울: 복 있는 사람, 2009)      예언자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쉽게 다가오는 글자가 아니다. 그 삶을 통해서 나타내는 것들이 여간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당대의 모습에서는 빛을 보기 어려운 존재들이 예언자가 아니던가. 모두 화평하다고 하는 가운데에서 화를 선언하고, 모두 절망하는 가운데에서 희망을 선포하는 자리라는 것은 쉬운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의 삶이 안전한 미래임을 선포하는 것이 아닌, 화가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저자의 말처럼, 부르주아적인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이기 때문이리라.      본서는 모세와 애굽이라는 대결 구도적인 흐름으로 시작하여 선지자들과 왕권시대(솔로몬으로부..

성서에 관하여 2019.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