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라는 세계 이종태 지음 (서울: 복 있는 사람, 2023)
경이롭다는 게 무엇일까요. 무엇을 바라보며 놀라워하고 대단하게 생각하고 신비롭고도 무서움을 느끼게 될까요. 우주, 지구, 생명, 그 무엇을 바라보아도 놀랍고도 아름답지만 때로는 그 자체가 무섭기도 합니다. ‘멋있다’ 혹은 ‘놀랍다’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 어떻게 하면 이 세계를 담아낼 수 있을까요.
담아내는 방법을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념(혹은 신념)이라고 해야 할지요. 저는 ‘xx주의’, ‘oo주의’보다 물 자체를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철학의 방식이 좋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 읽어본 저자는 더욱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하시기를 정말 잘 해내시는 번역가이자 목사님이자 교수님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유명하지 않은 제가, 매우 유명한 루이스의 글을 번역하신 분의 글을 읽고 소감을 써봅니다. 문학적 소양이 가득하지 못한 제가 이렇게 써봅니다.
지구라는 공간 아래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만물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느끼기보다 흔히, 말하는 현생에 치여서 하늘조차 올려다보질 못하곤 합니다. 무엇을 위한 삶인지 모르게 말이지요. 어쩌면 자신의 보금자리인 집을 지켜내기 위한 발버둥에 가까운 게 아닐지 싶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지나가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요. 자기 삶에 있어서 소중한 게 무엇일까요.
저자는 별을 바라보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세계의 탈주술화까지 적어 내려갑니다. 그리곤 이 세계를 다시금 바라보도록 돕고자 하는 루이스의 문학적 대표작인 ‘나니아’를 보여주면서 이야기합니다. 별과 무지개가 갖는 의미를 되새겨보도록 만듭니다.
저는 철학적인 표현을 좋아하는데요. 저자께서는 철인의 마음을 담은 시를 많이 소개해 주십니다. 시가 없는 세상의 암울함, 아니 세계를 그저 과학적이고도 체계적인 분석으로 바라보면 단백질 덩어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들의 모임이 될 텐데, 그것을 뛰어넘는 게 바로 생각하는 존재들임을 일깨워 준다고 할까요.
생명이 약동하는 세계에서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세계 내 존재임을 인식하고, 나아가려면 나만이 아닌 타자를 의식하고 의지해야 하지 않을까요. 과학의 시대라 부를 수 있는 지금의 세상은 생명조차 조절하며 자원으로 바라보게끔 만들곤 합니다. 그러나 나니아의 세계는 모두 가 함께 살아가는, 모두가 신들과 같은 존재가 아닐지 생각해 봤습니다. 말할 수 있고,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사랑하는 존재들로요.
별이 말을 걸어옵니다. 눈이 부시게 빛나는 별빛은 너무나 뜨거운 열기로 인해 방출되는 현상이 아니라 나의 마음에 비춰주는 빛이라고요. 무지개도 말합니다. 빛이 투과될 때 반사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오색 찬란한 빛을 머금고 나에게로 내려와서 세상에 아름다움을 전하라고요.
책은 여러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서 아름답게 전달하여 줍니다. 철학과 문학과 신앙과 과학의 이야기가 어우러져서 세상을 다시 보게끔 도와줍니다. 마치, 모든 존재가 모여서 춤을 추는 것처럼 말이지요.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며 느끼며 만족할 수 있기를, 아이처럼 다시금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모험을 꿈꿀 수 있기를, 이야기는 힘이 셉니다. 그래서 신화(혹은 이야기, 내러티브 무엇이든)는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왔고, 앞으로도 이어져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경이로운 세계를 만나게 해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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