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간에 가르쳐 주지 않은 101가지 공주형 지음 조장은 그림 (파주: 동녘, 2010)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면 항상 스케치까지만 만족스러웠다. 채색이 들어가면 무언가 망해버리는 그런 사람이었기에, 어쩌면 나하고는 거리가 먼 존재이기도 했다. 심지어 미술 선생님의 안타까움이 더해져서 채색을 도와주고 싶어 하셨지만, 그런 그분의 바람과는 다르게 더더욱 엉망이 되어가는 완성물….
그래도 미술 자체에 악감정이 없었고, 연필 혹은 볼펜으로 그려진 그림이 좋았던 건 다행이 아니었을까. 어느 공간에 차분히 앉아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적어내는 일에 도움이 된 시간이기도 했으리라 생각해 본다.
미술과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나면 안 다행임을 알게 되는 건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난 다음이다. 대학에 와서도 교양 과목에서 전시회를 가길 종용한다거나 동아리 활동으로 알게 된 사람들의 전시회를 가기 위해서는 아니, 좀 더 시간이 흘러서 아이들이 미술관으로 견학을 간다고 하면 어찌하랴. 무엇이라도 알아가려고, 이해해 보려고 하지 않나.
예술은 이해의 대상이 아닌, 그저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끼고 웃고, 울고, 감정을 오롯이 받아들이게 해주는 객체가 아닐까. 캔버스에 그려진 작품을 작가만큼 이해하거나 바라볼 순 없겠지만, 자기가 살아온 공간과 시간이 더해져서 바라봄이 생길 테니까.
그래도 무언가 아쉽다면 찾아보게 되는 작품 혹은 작가에 대한 설명들. 미술관 안에 상주하는 큐레이터를 마주한다면 더욱 편안하게 알게 되겠지만, 거기가 갤러리인지 미술관인지 모르는 게 보통의 나란 사람 아닐까.
전문가의 솜씨로 미술을 아니, 예술을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101가지의 글을 담은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본다. 들어가는 글에서 마주했던 처음 만나는 오페라의 당혹감이 누구에게나 올 수 있음을. 미술이든 공연이든 어디서나 처음 마주하게 되는 일들은 우리에게 설렘 혹은 스트레스 혹은 체면치레와 같은 문제를 발생시킬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예술을 온전히 느끼고 알아가고 싶어 하는 존재가 인간이라고 믿기에, 작품 앞에서 마주하는 생각은 또 다른 영감이 되어, 삶의 자리를 밝게 만들어 주지 않을지 생각해 본다.
아, 멀지 않은 곳에 국립미술관이 있으니 어려워 말고 방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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