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토르 11

주목할 만한 일상

주목할 만한 일상 프레드릭 비크너 지음 오현미 옮김 (파주: 비아토르, 2018) 제가 좋아하는 동네서점 지기께서 읽으려고 가져다 놓은 책을 담아오는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이유는 좋은 작가의 좋은 책을 발견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프레드릭 비크너의 작품 선집이 비아토르에서 나왔고, 저는 작가를 늦게 알게 되었고, 발견을 늦게 하였습니다. 그래도 좋은 글을 읽으면서 갖게 되는 일련의 생각들은 조금 더 삶의 순간들을 명료하게 만듭니다. 역자께서 고민하시고 쓰시던 도치법을 자주 발견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좀 더 문장이 직접적으로 와닿는다고 해야 할까요. 문장의 맺음이 갖는 느낌이 다릅니다. 생각의 여지를 열어주니. 특별한 것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사실은 매우 중요한..

책의 미로 책의 지도

책의 미로 책의 지도 송인규 지음 (파주: 비아토르, 2021) 많은 책에 둘러싸여서 살아가는 게 멋져 보인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느 노래 가사처럼, 책 속에 파묻혀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아 보이시나요. 책이 주는 안정감이 꽤 좋습니다. 그런데 오래된 책이 많을수록 공기가 탁해질 수 있어서 공기청정기도 필요해집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다 보면 나만의 노하우도 생기지만, 다른 독서가분들은 어떤 방법으로 읽어나가고 관리할지 궁금해지게 됩니다. 저처럼, ‘텍스트 숲에서 길을 잃’지는 않는지 말이지요. 그러다가 발견한 책은 저를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의 미로 책의 지도』가 그랬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나와 같기를 바라던 마음(!)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 꽤 좋았습니다. 나만 ..

진리를 말하다

진리를 말하다 프레드릭 비크너 지음 (파주: 비아토르, 2018) 진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을까. 의도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음이라는 대답한 예수님이 아닌 나에겐 어려운 질문이었다. 과연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나라는 존재,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절실해 보이던 같은 반 불교 신자에게 들었던 질문이기도 했던 진리가 무엇이냐는 물음은 ‘예수’라는 단어밖에 모르는 훈련되지 못한 학생이었다. 우연히 서점에서 마주하게 되었던 라는 책 제목은 오랜 시간 진리에 관해서 설명하지 못했던 나에게 끌리도록 만들었다. 그리곤 결국에 집으로 모셔 왔고, 읽게 된 책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저자의 문장력은 나를 여기저기로 인도했다. ‘리어왕’이라는 명저에서부터 시작해서 예수에게로 ..

일요일의 역사

일요일의 역사 후스토 L. 곤잘레스 지음 (서울: 비아토르, 2019) 태어나서 살다보니 일요일이 전부인줄 알았던 시간을 보냈었다. 그리곤 어느새 일요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요일만큼은 교회로 향하는 발걸음이 남아있기는 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번에 읽었던 책은 저자가 대단함을 알아서가 아니라 제목에 의해서 끌렸던 것이라 생각해본다. 평범한 일요일이 내가 알고 있는 일요일이 되게끔 이루어진 역사.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모이던 날이 일주일의 마지막이었던 현재의 토요일에서 일주일의 시작이라 부르는 일요일이 되었는지 톺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기독교 역사를 공부하려면 만나게 되는 유명한 그 곤잘레스의 안내를 따라서 가본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시작에는 간..

신학, 종교학 2022.05.26

혁명이 시작된 날

혁명이 시작된 날 톰 라이트 지음 (서울: 비아토르, 2019) 톰 아저씨라 부르기 좋은 그런 사람.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에 그런 것이겠지만 신학자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을 위한 글과 강연을 많이 하였기에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번에 읽으면서 느꼈던 점은 과거의 어느 톰 라이트 책과 편집 느낌이 비슷한 것 같아서 찾아보니 이라는 제목의 책과 느낌적인 느낌이 비슷했다(아마도 발행인이 같은 분이셔서 그런 것 아닐까 싶은). 아무튼 간에 이 책은 양장이 아닐 뿐, 500쪽이 넘는다. 어렵지 않은 문체와 내용이지만 쉽게 넘기면서 읽기에는 그렇다고 쉽지 않은 그런 느낌이었다고 할까. 총 15장에 걸쳐서 이루어지는 (십자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논조는 가까이는 십자가로부터 멀리..

신학, 종교학 2022.02.09

굿 거버넌스, 어떻게 할 것인가

굿 거버넌스, 어떻게 할 것인가 제임스 갤빈 지음 (서울: 비아토르, 2021) 저의 젊은 날, 짧은 시간이었지만 소중한 경험이 되었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기독교 NGO에서 보냈던 시간입니다. 지역사회와 청소년에 대해서 고민하며 나아가는 단체였습니다. 그곳을 통해서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제 삶에 많은 변화를 준 것은 확실합니다. 그와 같은 단체에도 그리고 직장에도 존재하는 곳이 있습니다. 실무자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말이지요. 이사회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이사님이라고 부르거나 전무, 상무 등의 직함을 갖고 있는 분들이 속해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선입견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이사회는 자원을 늘리든,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든..

메리에게 루이스가

메리에게 루이스가 C.S. 루이스 지음 (종이책 - 서울: 비아토르, 2021; 전자책 - 서울: 알맹4U, 2021) 편지 생각하면 가수 김광진과 박정현이 떠오르는 적정 나이대의 사람입니다. 그리고 쪽지로 된 편지를 주고받던 학창시절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발신자와 수신자의 친밀한 관계를 느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렇듯 편지는 개인적이고 꾸밈없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글입니다. 루이스의 글들은 참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을 알아가기에는 편지보다 좋은 것이 존재할까요. 그렇기에 이번에 읽었던 편지의 내용은 그의 따스함과 세월의 흐름을 느껴보기에 좋았다고 생각해 봅니다. 잭(루이스가 쓰는 표현이기도 합니다)의 삶에 등장하는, 죽음을 앞두고 있는 어떤 이와 결혼은 ..

이제는 놓아줄 시간

이제는 놓아줄 시간 메리 페이 글 존 인세라 그림 (서울; 비아토르, 2019) 그림책의 묘미는 글과 그림의 조화로움에 있다. 글을 돋보이게 만드는 그림이거나 혹은 그림 자체만으로도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이콘(icon)이 아닐까. 신실한 친구와 기쁨을 표현하는 나, 그리고 은총을 기다리는 모두라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 속에서 다시금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은 누구나 쉽지 않다. 그러나 이별도 배워갈 수 있다.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지만, 이별도 준비하면 그만큼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고, 더욱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이 이별이라는 것이 나의 일부를 떼어내는 것이거나 혹은 동일시하였던 대상과의 헤어짐을 의미할 수 있다. ..

겨울을 견뎌낸 나무

겨울을 이겨낸 나무 메리 페이 글 에밀 안토누치 그림 (서울; 비아토르, 2019) 도트(점)로만 이루어진 그림은 감각적이지만 왠지 모르게 옛날 감성을 깨워준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이랄까. 나무를 점으로 표현한 것은 신기한 만남과 같았다. 그리고 의인화 된 나무는 하나님과 분리된 존재 혹은 실낙원의 모습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무소부재하시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신 없이 살아가는 존재라고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보고 계시며 사랑함을 이야기한다. 작품에서는 해로 표현된 그분의 모습이다. 나의 고통만 바라보고 있다가 그 고통이 멈춰졌을 때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무한한 사랑 자기 스스로 지은 이름이 아닌 그렇다고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이름은 모르지만 동료애를 느끼게 해준 여인과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담 글로리아 제이 에번스 지음 (서울; 비아토르, 2020) 언젠가 교회를 다니면서 혹은 수련회로 혹은 TV속 예화로 들었던 이야기. 그 이야기의 오리지널을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대학생 때에 만나서 다시금 에이전시로 활동하며 계약으로 이끌었던 분처럼 지나가듯 만나게 된 것이지요. 오래 전에 출간되었던 그러나 지금은 만나볼 수 없었던 이야기를 다시금 볼 수 있다는 것. 그 내용이 워낙 따듯하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기에 더욱 그러한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혹은 이 떠오르는 이야기. 그러나 보다 더 그분의 색깔이 묻어납니다. 우리의 삶을 스스로 가두어버리는 안타까움과 절망, 그리고 다시금 만나게 되는 무한한 사랑. 이라는 책에서 느끼는 따스함을 더욱 부드럽고 편하게 느껴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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