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말하다 프레드릭 비크너 지음 (파주: 비아토르, 2018)
진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을까. 의도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음이라는 대답한 예수님이 아닌 나에겐 어려운 질문이었다. 과연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나라는 존재,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절실해 보이던 같은 반 불교 신자에게 들었던 질문이기도 했던 진리가 무엇이냐는 물음은 ‘예수’라는 단어밖에 모르는 훈련되지 못한 학생이었다.
우연히 서점에서 마주하게 되었던 <진리를 말하다>라는 책 제목은 오랜 시간 진리에 관해서 설명하지 못했던 나에게 끌리도록 만들었다. 그리곤 결국에 집으로 모셔 왔고, 읽게 된 책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저자의 문장력은 나를 여기저기로 인도했다. ‘리어왕’이라는 명저에서부터 시작해서 예수에게로 혹은 지금 여기로 끌고 간다. 성서의 내용을 인용하면서도 과거와 현대를 잇는 표현력과 성구 사이의 삽입되어 흘러가는 내용들은 수미상관을 이루도록 만들기도 한다. 역자의 역량 또한 뛰어나기에 이 문장들이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오는 것일 테고.
다소 길지만 인용하고 싶은 탁월한 문장을 적어본다.
설교자는 늘 당대의 화제를 다뤄야 하고 불법과 의롭지 못함에 대항했던 선지자들처럼 말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설교자는 그래야 하는 게 옳고 그것이 설교자의 중대한 의무이기도 하다. 설교자가 의로운 행동을 부추기지 않는다면 그는 하나님과 사람 모두를 실망시키는 설교자다. 하지만 설교자는 자신이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말하고 있는지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이런 저런 옷을 입고 있지만 그 옷 한 꺼풀만 벗기면 세상의 비극적 삶은 차치하고 자기 삶의 무게만으로도 수고하며 힘들어 하는 가련한 맨발의 두 발 달린 짐승이다. 60쪽
설교자의 책임과 청중의 아픔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적을 수 있을지 싶었다. 둘 사이의 수천 년 간격을 줄이는 것은 진리가 갖는 힘이지 않을까. 비극적인 인생이 희극처럼 웃도록 만드는 진리, 바로 이것이 동화처럼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이리라(그래서 책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리, 비극, 희극, 동화’의 네 가지 주제로).
지금은 낙원에 있으리 말할 수 있는 ‘비아토르’에서 나왔던 이 책을 이제라도 보게 된 것은 좋은 저자를, 그리고 문장을 만나게 된 나에게 또 다른 복음과 같았다. 기회가 된다면 동일 저자의 글을 읽고 싶다. 여기에 동행하실 분들이 계시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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