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 김승 지음 (서울: 꿈꾸는인생, 2020)
책 제목에 이끌렸다. 겉표지를 감싸는 오렌지 혹은 귤 빛깔도 끌렸지만 제목에서 온전히 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 큐레이팅 해주는 서점의 대표님 설명이 음소거 되고, 나의 두 눈으로는 제목만 보였던 글이었다.
그렇게 담아온 뒤 한 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모셔 있다가 이제야 읽게 된 것도 ‘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라는 물음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라 느낀다. 열심히 산다고 사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힘이 부쩍 들 때니까.
작가는 자신의 삶을 필터링 하지 않은 채로 과감하게 이야기 해준다. 그리고 그 문장 속에서 동질감을 발견하게 되고, 거기에 나를 대입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시간이 되어간다. 마치, ‘나’라는 존재는 ‘타자’에게도 존재했던 것처럼 말이다.
유치원으로 시작하여 대학교까지 마친 후, 직장인이 되어야만 한다고 믿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사람 중 하나의 존재인 나에게처럼 작가에게도 다가왔던 모든 일련의 상황들은 개별화된 존재임을 부정당하고 들이밀어진 상황과 같았다. 하지만 당연하게 이것을 받아들여야 했고 나가야만 함을 안다.
사회생활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연기가 필요하다. 모든 이가 좋은 배우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늘 연기하면서 살아가니까. 37쪽
불편함을 견디는 지구력이 사회화의 척도라면 사회 부적응자로 사는 게 행복의 총량 면에선 더 행복하지 않을까? 43쪽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줄 알았던 것들은 알고 보니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획득 가능한 것들이었다. 166쪽
요즘 유행하는 MBTI의 E와 같은 이들에겐 쉬울지 모르겠으나 I같은 이들에겐 얼마나 힘들까. 각자의 페이스가 있고 나름의 존재 방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획일성만을 요구하기에 우리라는 존재는 표준 규격을 강요받는 느낌처럼 다가온다.
이 책은 그 표준에 대해서 사회 기준에선 작지만 개인에게 커다란 반향을 보여주는 글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글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게 될 것임도 믿어진다. 왜냐하면 모두 다 누군가에 의해 정의된 어른다움으로 사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나만 이러고 사는 건 아니겠지>란 글이 수월하게 읽어지는가 보다.
'시, 소설,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와의 시간, 당신과의 시간 (0) | 2022.12.03 |
---|---|
상상과 사랑 (0) | 2022.11.21 |
하트모양 크래커 (1) | 2022.10.11 |
가장 매혹적인 (0) | 2022.09.14 |
만두 가게 앞에는 싱크홀이 있다 (0) | 2022.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