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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어려운 말들

예수의 어려운 말들 에이미질 레빈 지음 윤종석 옮김 (서울: 바람이불어오는곳, 2022) 복음서를 진중하게 읽어가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이 많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읽고, 믿으면 되는 문제일지 모르나 그럴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서 유대인이 먼저 떠오른다. 유대인이면서 기독교의 성경(신약 성경)에도 진심이고, 이를 연구하고, 대화를 나누는 이. 이번에 읽어본 책의 저자는 이랬다. 그녀가 바라보는 시선은 정통 개신교인임을 자처하는 이들에게도 물음표를 만들어 줄 성찰이 아닐까.  어떤 이들에게 성경이 답이겠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 성경은 질문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여러 상황 가운데, 어떤 방향을 선택할지 묻는다. 예수께서 팔로우하지 않을래 하시면서. 덕분에 또 요즘 자주 마주..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엮음 이지수 옮김 (서울: 포레스트북, 2024) 세계는 넓고 작가도 많다. 특히, 센스 좋은 분이 많다. 그래서 국내 저자의 글 읽기도 바쁜데 일본 작가의 작품이라니. 자세히 보니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와 포푸라샤 편집부에서 선정한 작품들이다. 센류라는 짧은 음절로 이루어진 작품의 모음집이랄까. 순간, 시가 잘 써져서 미안해하던 시인이 생각난다. 제목이자 작품인 글을 읽으며 생각해 봤다. 두근거림이 다르게 다가오는 나이. 무언가 웃프다. 웃기지만 슬픈 자화상. 눈에 모기, 귀에 매미 키우는 걸 안다면 정말 마음이 아픈 작품이고. 곧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초고령사회다. 사랑 말고 부정맥 아니도록 조심해야겠다(난 아님).

시, 소설, 산문 2024.04.26

부활의 위로

부활의 위로 진규선 지음 (서울: 수와진, 2024) 제목이 나에게 질문을 걸어왔다. ‘부활이 위로’가 된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 죽어야 하고 다시금 살아나야만 할 만큼 힘든 이들이 넘쳐나는 세상이기에 위로가 된다는 것이냐는 질문이 생기게 한다. 세상이 너무 각박하다. A.D. 혹은 서기라고 부르는 시대에 사는 나는, 이천 년 전 즈음에 십자가에 달려서 죽으셨던 예수를 나의 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고 믿는 교회를 다닌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어쩌면, 주문처럼 외우는 신자이기도 하고. 보통의 신자에게 부활은 무슨 의미가 될까. 죽기 직전의 건강 상태를 가진 사람 혹은 잘못된 행동으로 인하여 사형 선고를 받고 수감 중인 죄수, 백 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아니라면 ‘메멘토 모리’보다 ‘카르페 ..

경이라는 세계

경이라는 세계 이종태 지음 (서울: 복 있는 사람, 2023) 경이롭다는 게 무엇일까요. 무엇을 바라보며 놀라워하고 대단하게 생각하고 신비롭고도 무서움을 느끼게 될까요. 우주, 지구, 생명, 그 무엇을 바라보아도 놀랍고도 아름답지만 때로는 그 자체가 무섭기도 합니다. ‘멋있다’ 혹은 ‘놀랍다’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 어떻게 하면 이 세계를 담아낼 수 있을까요. 담아내는 방법을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념(혹은 신념)이라고 해야 할지요. 저는 ‘xx주의’, ‘oo주의’보다 물 자체를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철학의 방식이 좋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 읽어본 저자는 더욱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하시기를 정말 잘 해내시는 번역가이자 목사님이자 교수님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유명하지 않은 제가,..

위라클

위라클 박위 지음 (서울: 토기장이, 2022) 저녁밥을 먹기 위해서 전기밥솥에 남아있는 쌀알을 긁으려고 힘을 주는데 목의 뒤쪽에서 신호가 왔다. 조금만 더 강력한 느낌이었다면, 아마도 나는 병원에 가서 근육이완제를 맞아야겠다는 절실함이 가득해지고, 머릿속은 아득해졌을 것이다. 이런 단순한 이벤트에도 흔들리는 육체의 소유자. 나와는 다른, 어려서는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훤칠한 키와 미소가 돋보이는 청년이 이번에 읽어본 책의 저자였다. 그랬던 그에게 정말, 시나브로 닥쳐온 전신마비의 상황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판단 오류가 발생하게 되는 그런 당혹감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장밋빛 인생 이제 막 시작이었는데, 눈을 떠보니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중환자실 베드 위라니. 기적이 필요한 순간은 누구에게나..

우리 아버지

우리 아버지 알렉산더 슈메만 지음 정다운 옮김 (서울: 비아, 2020) 주 우리 아버지가 먼저 떠오르면 교회 고인물! 아, 이걸 쓰려는 게 아니고 어쩌다 알게 된 알렉산더 슈메만의 또 다른 글을 읽게 되었음을 적어본다. 성찬이 두터운 책이었다면, 주의 기도를 해설하는 이 책은 얇다. 그러나 풍성한 함의를 던져준달까. 그래서인지, 주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 주기도문, 주의 기도, Our Father 등등. 어떤 명칭으로 부르든 주기도문이 갖는 의미와 힘이 커다랗다고 믿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동방 전통 교회의 고백만이 아니라 동방 전통인, 정교회의 고백에도 관심을 두게 된다. 그래서 이 책도 주문했고 읽었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상황.txt 주의 기도에 대한 8개의 짧은 장으로 해석하며, 어쩌면 조금은 먼 당..

신학, 종교학 2024.04.16

영혼의 경이로움에 관하여

영혼의 경이로움에 관하여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지음 프리드리히 알프레트 슈미트 뇌어 엮음 요하나 란츠콥스키 해제 박규태 옮김 (서울: 감은사, 2024) 신비주의 혹은 경건주의 그리고 중세와 믿음의 선진 그 무엇으로 표현하여도 전부를 담을 수 없는 존재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기회는 우연히 읽기 시작했던 정용섭 목사님의 설교 비평 시리즈 덕분이었다. 교회사로 언뜻 스쳐 지나가며 보았던 이름을 좀 더 집중해서 살펴볼 기회를 얻게 만들어 준 시발점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그렇다고 에크하르트의 글을 찾아서 읽기에는 바빴다(고 쓰고 싶었다). 어느덧 정신 차려보니 10년을 훨씬 지난 어느 날이 되어 감은사에서 박규태 목사님의 번역으로 마이스터의 글이 나온다고 하였다. 과연 곡해하지 않고 읽을..

신학, 종교학 2024.04.16

어쩌다 거룩하게

어쩌다 거룩하게 나디아 볼즈웨버 지음 윤종석 옮김 (서울: 바람이불어오는곳, 2024) 교회 다니는 혹은 다니지 않아도 중2병에게 그리고 신2병에게 인기 느낌표를 줄 존재이자 아이콘, 나디아 볼즈웨버. 그녀의 모습을 찾아보면 비비드함이 무언지 알 수 있다. 정말, 어쩌다 거룩한 길에 들어섰을까. https://nadiabolzweber.com/ 방문하면 대문에서부터 만나볼 수 있다 :) ‘모든 죄인과 성인의 집’에서 교회를 이루어 가는 목사이자 동등한 교회의 구성원임을 알게 되는 것은 책을 펼치고 조금만 나아가면 누구나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내가 아는 목사가 맞느냐고 물을지도. 교회가 이렇게 혹은 저렇게 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보다 함께 살아내는 목회자였다. 모든 일을 다 해내고 싶지만, 할 수 없음을 ..

하나님의 임재 연습

하나님의 임재 연습 로렌스 형제 지음 홍종락 옮김 (서울: 사자와어린양, 2024) 본투비 개신교인, 이 스탠스로 살아온 자에게 처음 마주했던 로렌스 형제(혹은 수사)의 (좋은씨앗, 오현미 선생님 번역)은 충격이었습니다. 날마다, 숨 쉬는 순간마다 주님을 생각하려고 노력하던 사람이 있었다는 게 놀라웠달까요.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자리(설거지, 구두 수선과 같은 어떤 일)에서 주를 생각하고 바라봤음을 보게 됩니다. 제약된 상황 속에서도 어느 찬양 가사를 인용하자면, 부르신 그대로 살아냈다고 해야 할까요. 이번에 읽어본 로렌스 형제의 글은 ‘사자와어린양’에서 리본 클래식 시리즈의 명화판(일러스트판과 함께 출시된) 버전입니다. 홍종락 선생님의 번역과 해설이 같이 있습니다. 그림으로, 글로, 해설로 세 번의 성..

왜 로마 제국은 바울에게 중요치 않았는가

왜 로마 제국은 바울에게 중요치 않았는가 존 M. G. 바클레이 지음 임충열 옮김 (서울; 알맹e, 2024) 로마 제국, 팍스 로마냐가 떠오르는 저에게 최초의 인사이트를 주었던 책은 김세윤 박사님의 였습니다. 당시에는 읽기만 해도 벅차던 시기(?)였기에 감상을 적어두지 못했는데, 기회가 되면 재독하면서 다시 써보아야겠단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번에 읽은 이 소논문 덕분이랄까요. 그 유명한 바클레이 교수가 라이트 교수를 학술적인 문장으로 논점을 가한다는 게 멋졌습니다. 무엇보다 바울이 살았던 당시 삶의 자리를 연구하면서 그가 가졌을 애티튜드를 보게끔 하고,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단면을 찾아가는 길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정치가 밥을 먹여 주냐고 물으신다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신학, 종교학 202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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