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806

(다시금 읽은) 십자가에서

십자가에서 리처드 보컴, 트레버 하트 지음 김동규 옮김 (고양: 터치북스, 2021)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이 며칠 전이었다. 그 기쁨을 뒤로하고 다가오는 교회력의 순서는 부활절을 향하는, 고난의 사순절이지 않을까. 그가 이 땅에 오심은 나무 위에서 죽기 위하여 오셨음이니. 책을 다시금 읽으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위치의 사람들. 그 가운데에서 처음과 마지막에 소개된 인물을 생각해 보면 수미상관의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가 아니라 생각되지만, 그 누구보다 주님을 사랑하고 따랐던 이들임을. 사랑하지만 보내야 했고, 바라봐야만 했던 주님의 친구들과 가족,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았던 주님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조롱 때문이 아니라 진짜 내려오고 싶지 않으셨을까. 내 사랑하는 ..

믿음의 글들 2024.12.29

난 이런 이야기 처음 들어

난 이런 이야기 처음 들어 이주헌 지음 (서울: 죠이북스, 2024) 어쩌다 보니 교회에 오래 다녔습니다. 소위 교회 밥 좀 먹어본 사람이 된 것이지요. 그럼에도 늘 새롭게 느껴지는 성경(?!) 아, 이게 아니고요. 말씀을 전하는 분의 설교는 항상 왜 비슷하게 들려오고 해 아래 새것이 없음처럼 느껴지는 걸까요. 새롭게 교회에 부임하는 교역자에게도 새로움을 기대하지 않는 그 무엇.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새것보다는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교회 사람들이 놓치는, 교회 밖에만 아픈 이들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교회 안에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외치고 싶으나 가슴 속에서만 외치는 그 울림이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교회 공동체임에도 자꾸 이들의 진심을 듣지 못..

믿음의 글들 2024.12.27

사적이며 공적인 신앙

사적이며 공적인 신앙 윌리엄 스트링펠로우 지음 김가연 옮김 (서울: 비아, 2021) 주의: 이 글을 읽고 책을 읽으신다면 라떼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읽어보시겠습니까? 쌍팔년도 아니, 지금이 그리스도교 박해기도 아닌데 공적인 신앙고백을 해야 할 자리가 존재할지 의문이 듭니다. 자신의 신앙과 삶을 고백해야 하고 살아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필요한지 묻게 됩니다. 그럼에도 성적 소수자이기에, 다문화가족이기에, 사회적 약자이기에 자신의 신앙고백이 진실함에도 불구하고 묻히기도 합니다. 주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 가운데서. 신앙은 개인에게 다가오는 주님과의 관계, 즉 사적인 부분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공적으로 표현되고 살아가게 되는 고백적인 부분을 아우릅니다. 그럼에도 어느 신앙인..

신학과 종교학 2024.12.22

영성 없는 진보

영성 없는 진보 김상봉 지음 (서울: 온뜰, 2024) 민주야 어딨니. 잘 지내니. 넌 어떤지 궁금해. 지금 여기는 네가 없어서 슬펐어. 그런데 네가 돌아온다는 말에 참, 기뻤어. 민주가 보고 싶었거든. 그래서 참 반가워. 민주야. 이런 문장으로 글을 시작하니까 왠지 민주를 찾는 어떤 청년의 모습 같나요. 사실 민주를 찾는 사람은 그 누구라도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를 열망하고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말이지요. 그 가운데에서, 사회가 진보하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믿는 이들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멈춰 있음이 아니라 날마다 발전하고 전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갑자기 마주하는 역사의 소용돌이는 대단합니다. 비상계엄 사태와 해제, 탄핵소추안 발의와 가결로 업무가 정지된 대..

삶속의 글들 2024.12.17

세상의 희망

세상의 희망 게일 보스 글, 데이비드 클라인 그림 김명희 옮김 (고양: 터치북스, 2024) 겨울이 왔다. 그런데 예전 같지 않다. 덜 춥다. 눈이 덜 내린다. 내 몸도 온도와 습도가 급격히 달라지고 움직여서 같이 움직인다. 그렇다면 나보다 더 주변 환경에 취약한 존재는 어떨까. 이런 의문을 가질 때, 대도시임이 눈에 들어온다. 과연 고향에 계속 있었다면, 더욱 확연하게 다가올 주변의 모습이 이전과 같지 않음에, 마음이 아프지 않았을까. 동물이 힘들 게다. 결국에는 나에게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올 테고. 세상이 힘들어함을, 아파함을 느끼고 함께 고민하는 사람은 존재한다. 특히, 같은 신앙 안에서 피조물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그래서 주님이 오심을 기대하고 고대하고 기다리는 분을 알게 되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믿음의 글들 2024.12.15

계엄

계엄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한정림 옮김 (서울: 정은문고, 2024) 요즘은 MZ 세대가 대세인 시대입니다. 이렇게 2000년대 이후의 친구들과는 다르게 살아온 일명 86세대도 있고요. 바로 이분들이 주로 활동하던 7080 노래방이 생각나는 시대가 존대합니다. 세대를 넘어서는 시대의 차이, 과연 그런 제가 70년대 대한민국의 삶과 계엄령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특히, 비상계엄이 발동되었다가 해제되고 다시금 촛불이 일어서고 있는 지금과 같은 시간 속에서 말이지요. 이번에 읽었던 책은 다분히 외국인(일본인)의 시선으로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바라보고 느끼고 만났던 이들에 대한 적당량이 사실과 가명과 소설의 문장을 담아서 그려냅니다. 너무 무섭지도, 그렇다고 따분하지도 않게 따스한 햇살도 비추는 서..

시와 소설들 2024.12.14

프롤레타리아 여인의 밤

프롤레타리아 여인의 밤 이숙경 지음 (고양: 인사이트브리즈, 2023) 영혼이 성장하는 시간은 평생에 걸침이 아닐까. 그렇다고 모두 다 성장하기 위해서 달려가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내지르지 않더라도 광속으로 나아갈 테니까. 그렇기에 사람은 살아가면서, 사랑하면서, 서롤 보면서, 서늘해지고, 살아 내 본다. 이숙경 작가의 작품을 여럿 읽으면서 항상 어느 부분에선가는 차갑고, 무겁고, 관능을 꿈꾸는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럼에도 항상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그려내는 특유의 문장이 다가온다. 이 소설에서는 조금 더 그녀만의 종교적 색채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조금 더 멀리서, 주변에서 느껴지는 죽음과 삶에 대한 미묘한 관전의 마음이 느껴질 뿐.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작은 공간에서 마주하는 여러 감정과..

시와 소설들 2024.12.10

복음에 대하여

복음에 대하여 찰스 스펄전 지음 강산, 서경의, 송용자 옮김 (고양: 터치북스, 2023)“다섯 가지 힘을 하나로 모으면 캡틴 플래닌”이란 노래 가사가 나오는 만화영화 주제가를 들어본 적 있으시다면 나이가 좀 있으신 분입니다. 이번에 읽어봤던 책의 저자는 그보다 더 훨씬 전부터 계셨기에 잘 알 수밖에 없는 유명한 설교자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실질적으로 설교를 만나고 읽어본 기억이 별로 없는 분이기도 합니다.그런데 그런 분의 설교집 5권이 하나로 합쳐서 나왔다면, 얼마나 내용이 방대할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왜냐하면 그의 설교 중에서 3,500편의 설교에서 1퍼센트로 추려졌다고 합니다(정확히 적으면, 35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사실, 이 책을 두 번째 읽으면서 설교를 다시금 떠올..

믿음의 글들 2024.12.09

포로된 자들을 위한 소망의 드라마, 다니엘서

포로된 자들을 위한 소망의 드라마, 다니엘서 임주형 지음 (서울: 감은사, 2024) 책이 출간되고 시간이 조금 흘렀습니다. 적절한 시기가 다가오면, 책이 나를 부르면 읽게 된다고 믿기에 기다리고 기다리다 집어 들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정확하게 소망이 필요한 시기에 읽어지는 것일까요. 정말, 소망이 필요한 요즘입니다. 주여, 자비를 우리에게 허락하소서. 지금 여기와는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았을 다니엘서의 시기와 삶의 자리는 분명히, 포로된 자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절망이 아닌 소망을 꿈꿀 수 있도록 안내해야만 했을 것입니다. 망해버린 나라에서 유일신을 믿는 신앙을 지켜내려는 소수 민족이었던 유대인들에게 필요한 소식이었을 것입니다. 성서 내에서 개신교인으로서 구약이라고 부르는 39권의 책..

성서에 관하여 2024.12.07

믿음의 길 위에서 쓴 편지

믿음의 길 위에서 쓴 편지 D. A. 카슨, 존 D. 우드브리지 지음 노진준 옮김 (서울: 죠이북스, 2024) 다양한 이(즘) 사이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이 나라는 걸 알아차리게 되는 일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외치다”라는 카피라이팅을 듣던 시간이 벌써 십수 년은 흘렀으니, 뉴에이지 장르의 음악을 친근하게 대하게 된 지도 오래되었으니. 그럼에도 더더욱 클래식으로 다가오는 글은 문장에 진심이 담겨 있다고 믿게 되는 편지에 있다. 편지만큼 펜을 통해서 진심을 적어 보내던 글이 있었던가 싶고(그 진심이 담긴 편지를 찾다 보면 만나게 되는 서신, 신약성서도 있다). 이번에 만났던 편지도 조금은 클래시컬 했다. 아니, 요즘 친구들에게는 편지가, 이메일처럼 쉽게 쓰지 않는 존재가 되..

믿음의 글들 2024.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