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서적 리뷰

위라클

읽고쓰고나누고 2024. 4. 17. 23:09

위라클 박위 지음 (서울: 토기장이, 2022)

 
저녁밥을 먹기 위해서 전기밥솥에 남아있는 쌀알을 긁으려고 힘을 주는데 목의 뒤쪽에서 신호가 왔다. 조금만 더 강력한 느낌이었다면, 아마도 나는 병원에 가서 근육이완제를 맞아야겠다는 절실함이 가득해지고, 머릿속은 아득해졌을 것이다. 이런 단순한 이벤트에도 흔들리는 육체의 소유자.
 
나와는 다른, 어려서는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훤칠한 키와 미소가 돋보이는 청년이 이번에 읽어본 책의 저자였다. 그랬던 그에게 정말, 시나브로 닥쳐온 전신마비의 상황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판단 오류가 발생하게 되는 그런 당혹감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장밋빛 인생 이제 막 시작이었는데, 눈을 떠보니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중환자실 베드 위라니.

적이 필요한 순간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소망하게 될 일이, 그곳이 어디일지, 어떤 상황일지 모르나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찰나와 같은 지점이. 그리고 그걸 해내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무너져 버리는 이들이 많다.
 

내 영혼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삶을 선택했다. 36쪽

 
책의 저자 이름을 딴, 그러면서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싶었던 청년은 <위라클>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 절망 대신에 희망을 택했고 삶을 살아 내며 다른 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으리란 꿈을 갖게 된 청년이 그 자체로 기적이 아닌가.
 
박위 청년의 글을 읽어 나가며 만날 수 있는 내용은 기적과 같은 회복 혹은 절망 가운데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아니라 삶의 자리를 살아가는 가운데 빛이 나는 모습이었다. 숨 쉬는 어느 순간과 공간조차 소중하지 않은 게 없음을 깨닫기에는 반짝이는 젊음이 짧을까.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장애에 대한 기존의 관점과 달라져 가는 생각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나답게 그리고 신앙인으로서의 모습을 돌아보게끔 만든다. 그 가운데에서 비전이 생기고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나감을 함께 만난다. 이게 바로 모두의 기적일 테고.
 
책의 거의 도입부, ‘어머니의 눈물’ 부분에서는 눈시울 붉어졌다. 어쩌다 보니 부모가 되어 만나는 글이 공감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찬란하게 피어오르던 자녀가 기적이 필요한 순간이 되었으니까. 누구나 갑절의 축복을 받았다는 욥이 될 필요는 없다. 그 아픔의 시간을 견뎌냄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겪어서는 안 될 일이기에.
 
박위 청년은 모두의 기도로, 모두의 노력으로, 모두의 기적이 되고 있다. 다시금 일어설 수 없더라도,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믿고, 기도하고, 살아 낸다. 지금, 이 순간의 삶이 기적임을, 우리가 모두 기적임을 자신으로 증명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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