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서적 리뷰 274

광야를 읽다

광야를 읽다 이진희 지음 (서울: 두란노, 2015) 요즘에는 ‘광야’하면 떠오르는 특정한 회사가 있지만, 예전에는 ‘광야’하면 기독교적인 배경 덕분에 사막 한 가운데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 책은 이진희 작가의 광야 시리즈의 시작점이기도 한 책이었다. 직전에 읽은 책이 광야에서의 사십 일간의 금식 후에 악마와 마주했던 예수님의 이야기였는데, 이번에는 광야 가운데에서 삶을 살아간 존재들을 다루는 이야기라니. 광야는 생각보다 더 황량한 그 자체이지 않을까. 직접 눈으로 담은 분들에게는 더더욱 와닿을 황량함. 그럼에도 거기에서 떨기나무에서 또한 그분을 만나게 되고 변화될 수 있었던 모세. 저자의 배려 있는 문장 덕분에 광야를 가지 않고도 느껴보게 된다. 광야에서 생활하는 베두인과 그 안에서 살 수밖에 없었던 ..

신과 악마 사이

신과 악마 사이 헬무트 틸리케 지음 손성현 옮김 (서울: 복 있는 사람, 2022) “너와 나의 나이 차이, 소주와 우유 사이”라는 가사가 나오는 노래가 있다.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인가는 언제나 다름을 나타낸다. 그런데 이번에 읽어본 책의 제목도 사이를 강조하고 있다. 원제를 번역한다고 해도 다를 게 없어 보이는 (그렇다고 독일어를 제가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 표지의 디자인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ISBN과 함께 하는 바코드를 따로 배치하지 않고, 왠지 모르게 성전 꼭대기를 형상화한 것 같은 그림이 바코드 그 자체였다(어쩌면 악마의 표시를 바코드라고 말하던 그분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 위에는 뛰어내려 보라고 말하는 존재의 악마와 옆에 서 있는 예수가 계시고. 띠지를 활용해서 더욱 비..

기후 교회로 가는 길

기후 교회로 가는 길 장준식 지음 (서울: 바람이 불어오는 곳, 2024) 요즘, 날씨가 참 이상하다. 지금 즈음이면 조금은 더 시원해지고, 뜨거운 날씨가 시나브로 사라져감이 느껴져야 하는데 도로의 열기가 식는 게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가까이 다가온 기후 변화의 모습일까. 그런 즈음에 만나게 된 책, 바람이 불어오길 바라게 되는 출판사에서 나온 이었다. 기후 그리고 교회, 길이 엮이다니! 잘은 몰라도, 툰베리의 외침이 생각나는 사진을 보긴 했을 것이다. 어쩌면 저 나이에 기후에 대해서 생태에 대해서 저만큼 생각할 수 있을지 싶었고. 그나마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생각하고 바라보게끔 도와주는 책들을 읽었고, 생각해 보았던 과거의 날들이, 또한 집에서 농사를 지었던 것을 봤던 게 도움이 되진 않..

주목할 만한 일상

주목할 만한 일상 프레드릭 비크너 지음 오현미 옮김 (파주: 비아토르, 2018) 제가 좋아하는 동네서점 지기께서 읽으려고 가져다 놓은 책을 담아오는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이유는 좋은 작가의 좋은 책을 발견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프레드릭 비크너의 작품 선집이 비아토르에서 나왔고, 저는 작가를 늦게 알게 되었고, 발견을 늦게 하였습니다. 그래도 좋은 글을 읽으면서 갖게 되는 일련의 생각들은 조금 더 삶의 순간들을 명료하게 만듭니다. 역자께서 고민하시고 쓰시던 도치법을 자주 발견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좀 더 문장이 직접적으로 와닿는다고 해야 할까요. 문장의 맺음이 갖는 느낌이 다릅니다. 생각의 여지를 열어주니. 특별한 것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사실은 매우 중요한..

그리스도인은 왜 아무거나 먹을까

그리스도인은 왜 아무거나 먹을까 프레드 반슨, 노먼 워즈바 지음 최요한 옮김 (서울: 홍성사, 2014) 땅의 소산물을 먹고 사는 먹고사니즘에 갇혀 있는 존재. 이 땅 위에서 살아가면서 먹지 않고 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가끔 먹기를 거부할지 모르지만, 생존을 위해서, 자기 뱃속으로 밀어 넣을 수밖에 없다. 물론, 먹고 싶어도 먹을 것을 구할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하는 세계에서는 눈물조차 귀하다. 하나님 나라에서는 이런 아픔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 인사이트를 주는 책이 있다면 읽어보게 될까. 처음에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던 것은 제목이 주는 강렬함이었다. ‘아무거나 먹는’ 것이란 무얼까. 고대 유대인과는 다르게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까. 아니면 지금 여기를 살..

예수의 식탁 이야기

예수의 식탁 이야기 김호경 지음 (서울: 두란노, 2024) 이토록 먹는 것에 진심인 시대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요즘 TV에는 집밥 백 선생님을 비롯하여, 요리왕 비룡이 떠오르는 중화요리의 대가들도 나오시고, 바야흐로 쿡방 전성시대이기도 합니다(물론, 나도 먹는 것에 있어서 진심). 그런데 누구보다 더 먹는 것에 진심이었던 분이 계십니다.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먹고 마시는 것에 있어서 성경에 기록된 분,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파티피플이라고 해야 할까요. 인플루언서 그 자체여서, 가는 곳마다 함께 드시기를 원하는 자들이 넘쳐났을 것입니다. 이분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그러나 어렵지 않게 펼쳐줄 분이 계시면 참 좋으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책의 저자가 무려 “누가공동체의 식탁교제”라는 제목으..

아이가 묻고 아빠가 답하다

아이가 묻고 아빠가 답하다 이상환 지음 (서울: 도서출판 학영, 2024) 아이가 날마다 자라나면 기쁨도 자라납니다. 주변에 있는 가족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존재여서일까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전염시키는 게 아이입니다. 이런 아이가 성장하면서 어느새 사춘기도 겪고, 중2병을 앓기도 할 테고, 대화의 단절을 일으킬지도 모릅니다. 아, 요즘은 스마트폰이라는 친구 덕분에 더욱 빠르게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와중에 교회를 다니고, 예배를 드리고 기도를 드리던 아이가 궁금해지는 것이 많아집니다. 날마다 자라는 키처럼, 두뇌도 발달하고, 사고의 깊이도 더해지기에 그렇겠지요. 다만, 아이의 질문 각도가 너무나 날카로워서 마음이 힘들어지는 엄빠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빠르게 성경을 읽어나가면, 그 단..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윌리엄 윌리몬 지음 송동민 옮김 (서울: 죠이북스, 2024) 경고, 이 책을 읽으면 달라지기를 도전받으실 것입니다. 할 수 있습니까? 우리는 이웃을 사랑하되, 그들 자신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 그들은 가난한 흑인이나 부유한 백인일 수도 있고, 유대교도나 이슬람교도, 총기 협회를 옹호하는 보수적인 공화당원이나 특정 계층을 혐오하는 민주당원일 수도 있다. 혹은 무신론자나 동성애 혐오자, 아니면 열렬한 레즈비언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들 모두를 우리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82쪽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익숙해진 것과의 이별이자 주님의 명령을 따르는 삶입니다. 타자의 인종, 종교, 정치, 성적 지향까지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자신처럼 사랑해야 합니다. 적어도 한 사회에서..

부활의 위로

부활의 위로 진규선 지음 (서울: 수와진, 2024) 제목이 나에게 질문을 걸어왔다. ‘부활이 위로’가 된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 죽어야 하고 다시금 살아나야만 할 만큼 힘든 이들이 넘쳐나는 세상이기에 위로가 된다는 것이냐는 질문이 생기게 한다. 세상이 너무 각박하다. A.D. 혹은 서기라고 부르는 시대에 사는 나는, 이천 년 전 즈음에 십자가에 달려서 죽으셨던 예수를 나의 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고 믿는 교회를 다닌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어쩌면, 주문처럼 외우는 신자이기도 하고. 보통의 신자에게 부활은 무슨 의미가 될까. 죽기 직전의 건강 상태를 가진 사람 혹은 잘못된 행동으로 인하여 사형 선고를 받고 수감 중인 죄수, 백 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아니라면 ‘메멘토 모리’보다 ‘카르페 ..

위라클

위라클 박위 지음 (서울: 토기장이, 2022) 저녁밥을 먹기 위해서 전기밥솥에 남아있는 쌀알을 긁으려고 힘을 주는데 목의 뒤쪽에서 신호가 왔다. 조금만 더 강력한 느낌이었다면, 아마도 나는 병원에 가서 근육이완제를 맞아야겠다는 절실함이 가득해지고, 머릿속은 아득해졌을 것이다. 이런 단순한 이벤트에도 흔들리는 육체의 소유자. 나와는 다른, 어려서는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훤칠한 키와 미소가 돋보이는 청년이 이번에 읽어본 책의 저자였다. 그랬던 그에게 정말, 시나브로 닥쳐온 전신마비의 상황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판단 오류가 발생하게 되는 그런 당혹감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장밋빛 인생 이제 막 시작이었는데, 눈을 떠보니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중환자실 베드 위라니. 기적이 필요한 순간은 누구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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