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한정림 옮김 (서울: 정은문고, 2024)
요즘은 MZ 세대가 대세인 시대입니다. 이렇게 2000년대 이후의 친구들과는 다르게 살아온 일명 86세대도 있고요. 바로 이분들이 주로 활동하던 7080 노래방이 생각나는 시대가 존대합니다. 세대를 넘어서는 시대의 차이, 과연 그런 제가 70년대 대한민국의 삶과 계엄령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특히, 비상계엄이 발동되었다가 해제되고 다시금 촛불이 일어서고 있는 지금과 같은 시간 속에서 말이지요.
이번에 읽었던 책은 다분히 외국인(일본인)의 시선으로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바라보고 느끼고 만났던 이들에 대한 적당량이 사실과 가명과 소설의 문장을 담아서 그려냅니다. 너무 무섭지도, 그렇다고 따분하지도 않게 따스한 햇살도 비추는 서울의 모습과 이문동 하얀빛 장미까지.
책은 11장에 걸쳐서 주인공의 이야기로 서술되어 나갑니다. 책 제목과 같은 ‘계엄’과 관련된 본격적인 내용은 가장 마지막에 가서야 만날 수 있었고. 그럼에도 그 이야기가 펼쳐지게 되는 배경과 같은 부분을 하나씩 마주하게 되고, 당시의 한국 사회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플롯이 좋았습니다. 어찌, 외국인의 처지에서만 당시를 모르겠습니까. 지금 2020년대의 대한민국과 1970년대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달라졌는데, 같은 단어를 놓고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 텐데.
삶의 자리(Sitz im Leben)가 다르기에 적어도 나는 그(녀)의 삶을 이해하기란 어렵습니다. 나의 우주와 너의 우주가 너무나 멀리 떨어진 100만 광년의 차이 같으니까. 날마다 광속으로 팽창하는 우주처럼.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서 다시금 ‘계엄’이 엄습해 왔습니다. 그 어둡고, 무섭고, 붉었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새하얗던 장미를 붉게 물들일 수 있는 찰나가, 정말 찰나처럼 지나갈 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아픔만큼은 찰나처럼, 행복만큼은 억겁의 시간이기를.
그렇기에 촛불을 든 시민을 응원하며.
- 언어'와 언어'로' 나누어지는 세상에 대한 이해 차이를 염두에 두며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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