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1, 2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서울: 인플루엔셜, 2022)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순간들 가운데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 사랑만큼 소중한 게 어디 있을까. 사랑이 전부라 믿고, 말하고, 나누고 살기에도 부족한 인생이었다.
독서 모임 덕분에 마주하게 된 그 유명한 작가와 역자의 글을 마주하게 되었다. 뛰어난 번역으로 막힘없이 읽어 내려가는 문장과 그 가운데에 또 마주하게 되는 인생의 역사.
세상의 중심에 내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또한, 내가 아닌 다른 이를 위해서 희생하는 이도 존재한다. 초월적인 존재를 향하여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살아가는 이도 존재한다.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자리가, 삶의 자리(Sitz im Leben)다.
이삭과 요셉과 노아와 모자수(모세)와 솔로몬이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와 삶이 각자의 길을 인도하는 모습이었다고 할까. 물론, 성서와 동일하게 삶을 이끌어가진 않았다. 그럼에도 양진과 선자와 경희와 한수와 김창수, 유미와 하루키까지 다채롭고도 서글픈 이야기를 담는다.
조선에서 일본으로 미국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지역과 한국어, 일본어, 영어가 담겨 있는 언어의 다름도 포함하고 있는 이야기 속에서 인생의 흘러감을 바라보게 된다.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믿었던 아버지와 인생이 파친코 게임과 같다고 생각한 아들. 이들에게서 삶의 지혜와 방향과 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격동의 시대 속에서 정치와 사회, 문화에 흔들리지 않고 살아내려 노력했던 이야기. 이야기는 그들 가운데서 멈추지 않고 모두에게로 다가온다.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그래도 지금을 살아내고 사랑하고 살아가라고 말한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다시금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개인적으로는 요셉의 삶이 참 서글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