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쓰기 김훈 지음 (파주: 문학동네, 2019)
글을 쓰는 작가의 삶, 지난하지만 지속해서 사유하고 쓰고 지우기를 반복해야 한다. 기자로 살아가다 작품을 쓰는 인생이 된 그는 연필로 원고를 작성한다. 책의 띠지에서도 만날 수 있는 문구는 돌아보게끔 한다. “나는 겨우 쓴다.”라는 작가의 단순명료한 문장.
작가의 묘사하는 문장이 일품임을 알기에 마주하는 「밥과 똥」의 꼭지는 너무나 힘들었다. 그럼에도 읽어지는 문장이기에 더더욱 마음에 씁쓸함을 주었다. 마치, 『남한산성』을 읽어갈 때 마주하던 그 마음처럼.
다양한 글감으로 통찰을 넓혀주는 작가의 문장은 다 담아두고 싶었다. 어머니와 비슷한 연배의 인생길은 그 시대를 읽어볼 기회를 만들어 준다. 더하여 작문 선생님의 추천으로 만나게 되었던 『칼의 노래』에 대한, 이순신에 대한 작가의 마음도 엿볼 수 있다.
따스함이 느껴지는 글, 일산의 삶을 일상으로 누리는 글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살아가는 사람들 _세월호 4주기」에서 책을 읽다가 멈추게 되는 슬픔이 다가오기도 했다. 그 아픔이 아직도 남아서, 우리 주변에 있음을 놓쳤다는 미안함.
3부로 나뉘어 있는 작가의 글은 호수로 시작해서 하구로 끝맺음을 갖는다. 물과 물이 만나는 삶, 인생은 멈춰있기보다 흘러야 함을 말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흐르지 못하는 마음을 내가 갖고 있기에 그런 걸까.
연필을 졸업하길 고대하는 아이들과 연필로 평생을 살아가는 작가의 글 사이에서 살아가며.
별들의 빛은 수만 광년 동안 우주공간을 건너와서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 모든 별빛들이 내 가슴에 박혀서 나의 생명은 기쁘고 벅찼다. 343~344쪽
이 문장을 읽으며 성시경이 불렀던, 심현보가 작사했던 <너의 모든 순간>이 생각났다. 찬란한 별빛, 생명, 아름다움으로 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