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슬픔 바오 닌 지음 하재홍 옮김 (파주: 아시아, 2012)
전쟁을 다룬 소설이다. 모든 역경을 다 이겨내고 사랑을 지켜내고 행복한 여생을 만나게 되었다는 해피 엔딩 작품이 아닌, 전쟁의 모든 총탄을 피하고 영웅이 되었다는 그런 종류도 아닌 전쟁 소설.
행복할 수 있을지, 앞날을 전혀 알 수 없는 전장 속에서 버텨내는 그 하루가 가감 없이 담겨 있는 문장이 삶의 덧없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꿈 많던 젊은이가 쓰러져 가는 모습을 무감각하게 바라봐야만 살아남을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랑 하나만으로 버텨내던 삶이 무너져 내려가는 주인공이 됨에도, 그럼에도 한 줄기 희망을 찾고자 방황하던 잿빛 속 그림도 삶의 모든 순간을 담아낼 수 없었다.
제국주의와 자국 최우선주의 혹은 이념에 따른 체제의 신격화까지 담기기도 한 전쟁 소설들의 세계 속에서, 변방에 알려지지 않은(영미 혹은 유럽 기준으로) 지역의, 심지어 베트남의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까.
조국에게도 의심받았던 작가의 삶과 작품은 결국에는 다시금 읽어지고 모두에게 생각할 것을 만들어줬다. 전쟁의 참상은 당시에만 존재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져 간다. 그리고 그 아픔이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누군가에게 전해질 수 있는 이야기로.
아, 소년의 성장 소설로 읽어지는 분들도 있겠다. 소년이 전쟁의 참상을 직접 느끼며 어른이 되고, PTSD를 남긴 그 모습을 예술로 승화하려고 함을 목도할지도 모른다.
전쟁은 슬프다. 그런데 지금 어디선가 전쟁이 더더욱 크게 확전 되어간다. 이 소설의 주인공과 같은 일을 겪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