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서적 리뷰

그리스도인은 왜 아무거나 먹을까

읽고쓰고나누고 2024. 8. 8. 20:39

그리스도인은 왜 아무거나 먹을까 프레드 반슨, 노먼 워즈바 지음 최요한 옮김 (서울: 홍성사, 2014)

 

땅의 소산물을 먹고 사는 먹고사니즘에 갇혀 있는 존재. 이 땅 위에서 살아가면서 먹지 않고 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가끔 먹기를 거부할지 모르지만, 생존을 위해서, 자기 뱃속으로 밀어 넣을 수밖에 없다. 물론, 먹고 싶어도 먹을 것을 구할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하는 세계에서는 눈물조차 귀하다.

 

하나님 나라에서는 이런 아픔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 인사이트를 주는 책이 있다면 읽어보게 될까. 처음에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던 것은 제목이 주는 강렬함이었다. ‘아무거나 먹는’ 것이란 무얼까. 고대 유대인과는 다르게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까. 아니면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서 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는 선언일지 궁금했고, 그래서 책을 펼치게 되었다. - 책 자체는 양화진 고별전에서 박현철 연구원님의 추천과 제목에 이끌려서 담아왔었다.

 

바로 직전에 읽었던 김호경 교수님의 책을 떠올리며 음식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 기대했지만, 조금 더 거대한 식탁(땅)을 다루는 책이었다. 바로, 대지 위에서 펼쳐지는 삶에 대해서 그리스도인에게 묻는 책이었다. 원제목을 살펴보니 <Making Peace with the Land>였다. 직역하면, ‘땅과 평화를 만들다.’ 정도려나. 6장에 걸쳐서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저자들의 문장은 머리말과 맺음말을 볼 때 제목을 반추하게 만든다. ‘하나님이 이처럼 땅을 사랑하사’(머리말), ‘지금 여기서 시작되는 하나님 나라’(맺음말).

 

역사가 흐르며 기술이 발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보존을 위한 최소한의 식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웃이 많음을,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영양실조로 이 세상을 떠나가고 있음을 안다. 다만, 그곳이 내가 있는 곳이 아니라서, 눈앞에서 죽어가는 이웃을 보지 않기에 애써 잊고 사는 걸지 모르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인류 아니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이 먹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아마도, 인류가 터치하지 않으면 자연은 아름답게 창조되었던 그 모습대로 살아가고 유지하지 않았을지 싶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그 세상을 믿고 고백하는 게 기독교인이니 이 땅을 아름답게 가꾸고 물려줘야 하는 사명을 받은 게 사람이지 않을까. 그러나 지금 여기는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망가지고 있다.

 

책은 그리스도교의 시선으로 세상의 만물을 창조물로 바라보며(1장), 파괴되고 무너진 존재들이 회복되는 미래를 꿈꾸며(2장), 기술만으로 이룰 수 없는 그 나라를 보게끔 돕는다(3장). 인류가 노력하지만, 자본의 축적이 기초여서 이룰 수 없는 꿈임을 일깨우고(4장), 풍성한 식탁으로 초대하셨던 주님을 배움으로(5장), 거대 자본과 기술의 노예가 아닌 모두를 위한 식탁을 꿈꾸게 만드는 이야기(6장)를 보게 된다.

 

책은 땅과 자본의 문제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망가져 가는 땅을 되살리고, 생명을 일구게 하는 옥토로 바꾸어 나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이들을 보여준다. 그 원리를 성경에서 찾으며, 기도하며, 열심히 연구하여 자기만 갖는 게 아니라 나누어주는 모습으로 말이다.

 

단일품종으로 대량 농업을 실현하였지만, 오히려 수확량이 줄어들고 황폐해져 가는 땅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바나나 혹은 돼지가 생물 다양성이 부족하여 바이러스 혹은 병에 무참히 쓰러져 감을 보는 이들에게, 다양한 나무와 작물을 심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꿈꾸는 이들은 새로운 빛과 같지 않을까.

 

지속 가능한 농업을 꿈꾸는 이들이, 지역을 살리고, 땅과 생명을 살리는 일에 진심인 그리스도인임에 감사함을 담게 된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 책이 지금 시대에 나왔다면 더더욱 많은 이들에게 읽어지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참, 농사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려서 잠시라도 해보았던 깨 털기, 고추밭에 막대 세우기, 땅 갈아엎기 등. 절대 쉽게 보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생명을 살리는 일에 농업이 가장 가깝지 않을까 싶다. 사람(아담)과 땅(아다마)는 멀리 떨어질 수 없는 존재니까. 그래서 하나님 나라도 지금 이곳에 임해야 하고 만들어야 한다.

 

색이 바래었지만, 내용은 여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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