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철학자들의 신

읽고쓰고나누고 2023. 8. 9. 23:13

철학자들의 신 에티엔 질송 지음 (파주: 도서출판 100, 2023)

 
기억에 남는 수업으로 들었던 철학 관련 과목들은 아직도 알고 싶고도 흥미롭지만, 사뭇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로 철학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쉬운 철학, 생활 속의 철학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졌기에 관련된 책도 나름, 열심히 찾아 읽어보았던 그 기억들이 다시금 이 책으로 나를 부른 게 아닐까.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에티엔 질송이라는 뛰어난 학자의 강연이 글로 담겼다고 한다. 아주 첨단의, 최신의 이론을 다루는 게 아니라 당대의 뛰어난 철학자가 자신이 살아가던 삶의 자리에서 마주하였던 철학을 역사적으로 개관한 것이기도 하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칸트, 데카르트와 같은 중요한 이들을 두루 살펴보고 그들이 바라본 신을 조금이나마 배워볼 수 있는 순간이 되게끔 해준다. 물론, 이 철학자들의 삶과 사상을 그들의 책으로 만나본 이들이라면 정리하는 시간이 될 수 있고, 탁월한 석학이 바라본 그들의 모습에 대한 분석은 철학이란 무엇인지를 보게끔 하지 않을까. 사유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게 철학이니까 말이다.
 
심지어 이 책은 흥미롭게 읽었던 또 한 명의 좋은 학자, 야로슬라프 펠리칸의 서문으로 시작된다.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흥미롭게 다루었던 학자가 본, 철학사를 다루는 학자의 명문임을 목도케 하니 더욱 반갑기도 하다.
 
특별히 그리스도교에 속해 있기에 그럴지 몰라도 다음의 문장이 맘에 들어서 옮겨보았다. 어느 분들은 인정하기 싫을 테고, 어느 분들에게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으로.
 
그리스인들이 철학에서 우리의 스승이었다면, 유대인들은 종교에서 우리의 스승이었습니다. 72쪽
 
오염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고, 신학의 위대한 발전으로 보는 이들이 존재할 테고 아무것도 관심을 두지 않고 그냥 있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 문장이 적어도 나에게는 신학을 배우는 이들이 철학을 알아야만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제한된 언어로, 사유 가능한 방법으로 표현키 위해서 사용된 철학이니까 말이다.
 
자매품처럼 느껴지는 <그리스도교의 신>보다 얇다. 그러나 이 책을 필두로 해서 읽기 가능해지고 흥미를 느끼게 될 철학서들은 두텁다. 고대인으로부터 시작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으로 바라보는 신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다면 이 책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지.
 

여기서 오른쪽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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