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휴식하라 안광복 지음 (파주 : 사계절, 2020)
생활 속의 철학이라는 교양 과목이 있었다. 철학을 삶 속에 내재하길 바라는 과목이었을까.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무언가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철학을 전공의 일부분으로 배웠기에 굳이 교양 과목까지 듣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철학으로 삶을 일구어 나갈 필요가 있었다. 삶을 살아가는데 적절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기에 말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국내에 몇 분 없는 철학 과목 선생님이 쓴 교양서이다. 33일간 읽으면서 생각하도록 구성된 책이다. 저자의 말로 표현하자면, 철학은 한 사람의 인생을 집대성한 것이기에 이를 소화하기에 버거울 수 있다. 그렇기에 하루 한 장씩 읽으며 마치, 거인의 어깨 위에 앉아서 앞을 내다보는 것처럼, 천천히 음미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의 철학자로부터 현대의 철학자로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의 향연은 저자의 넓은 지식을 느끼게 한다. 또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고 배웠던 것들을 정리하여 후대에게 전해준 사람이 많음을 알게 한다. 역사의 흐름 속에 몸을 내어던졌던 선각자들을 만나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문장들은 다음과 같다.
노안으로 흐릿해진 눈과 세상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생각은 마음을 초조하게 한다. 하지만 지천명의 지혜란 욕심을 내려놓고 따뜻한 마음을 틔우는 데 있다. '인생 100세 시대', 나이에 걸맞은 지혜에 대해 고민해 볼 일이다. 36p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몸은 노화되어 간다. 그와 반대로 생각의 폭은 과일처럼 익어간다. 생각의 폭이 익어가는 것은 지혜가 쌓여 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단순히 나이가 들기에 쌓이지는 않지만 말이다. 육체와 정신의 구조는 반비례처럼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왜 사람들은 힘없고 어려운 처지인 이들에게 화를 터뜨릴까? 이유는 간단하다. 마음껏 공격해도 보복당할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147p
현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단점이랄까. 다수의 의견이 더욱 강력하게 주장되어지고, 다수결의에 의하여 움직이기에 그들의 의견에 찬동하지 않는 자들을 뭉개버릴 수 있음을 보게끔 만들어준다.
혐오는 남 탓을 하며 문제의 진정한 원인에 눈을 감게 한다. 151p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부조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게 되는 나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나라는 존재들이 모여서 우리를 이루기에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가 아닐까.
윤리와 떨어져 존재할 수 없는 철학에 의해서 우리의 삶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아니라 누구나 사숙할 수 있는 존재로 말할 수 있게 된다. 데카르트의 표현처럼,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살아있는 인간. 인간다움을 나타낼 수 있도록 철학으로의 휴식을 권하여 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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