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러운 동거 박은영 지음 (서울: IVP, 2022)
제목이 특이했다. ‘소란스러운 동거’라니. 대체 누구(혹은 무엇)와 동거하기에 소란스러운 것인지 싶은 네이밍. 그리고 이 책이 나오자마자 엄청나게 잘 팔렸다는 것과 일반서로 분류된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까지. 그리곤 ‘북카페 산책’에서 당시에 마지막으로 전시되어 있는 책을 가져오기까지 많은 고심을 했다. 커피를 시켜서 한잔 마시고, 케일주스(땡스 to Jay님)를 또 다 마시고 난 후에 구매했으니 대략 2시간을 고민한 것이니까.
많은 분들의 구매샷과 더불어 감상평이 마구 올라오던 피드를 바라보면서 조금은 천천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피드에서 잠잠해지면 책에 대한 선입견 같은 것들이 사라지리라 기대했기 때문에 말이다. 더불어 복학 후에 쓸 에세이 과제물에도 도움이 될 책이라 믿었기에 더 천천히 읽고 싶었나보다. 두 달 만에 펼쳐봄이 된 것이다.
겉표지의 문구를 읽는다. 부제목으로 프린팅 되어 있는,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이’의 이야기]라는 글에서 생각에 잠긴다. 장애와 비장애는 왜 벽이 생겼던 것일까. 같은 인류이며, 같은 나라에 살아가고 내 이웃임에도 불구하고 나뉘어야만 하는 절대적인 당위성은 무엇이었으며, 나뉘지 않고 살아갈 때에 오히려 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회를 꿈꿀 수는 없을 만큼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것인가라는 질문까지 이어지게 만든다.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는 삶이라는 한계로 말이다.
책의 컬러답게 유쾌하면서도 시원한 문장으로 자신의 과거사(?)부터 현재의 삶에 이르기까지를 과감하게 펼쳐나간다. 왠지 무겁고 힘든 이야기만을 빡빡한 문장으로 눌러 담아야만 한다는 선입견을 멋지게 박살내는 것으로 말이다. 역시, 벽을 허무는 이야기꾼답다.
돌아보면 우리는 나와 달라 보이는 이웃과 살아가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더하여서 장애인들이 함께 배우는 통합교육의 형태보다는 분리되어 교육받는 특수학교로 많이 보내져서 더 마주하기 힘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동네에서 장애인을 마주하기가 어려워졌다. 적어도 나의 어릴 적에는 동네에 장애아동과 함께 살아가는 집들이 있었는데 말이다. 저자의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는 장애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반에 아쉬움을 갖게 되는 부분을 마주하게 된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면서 친구가 되는 복잡한 기술을 가르쳐 주는 교과서는 없었다. 50쪽
제대로 배워야 하는, 꼭 알아야 하는 부분이 배제된 교육이 현 시대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오로지 경쟁을 위해서만 배우고 있는 학습으로. 그래서일까. 저자는 현실에 대한 팩트 체크와 같은 문장으로 다시금 나를 아프게 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우정과 도움을 주고받는 동등한 관계가 될 수 있다는 당연한 생각을 못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111쪽
사람이 먼저라고 말하고, 이웃 사랑을 외치지만 현실은, 나는 과연 이웃을 이웃으로 보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들었다. 장애인에게 동정의 눈빛만 날리는, 동반자로 보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싶은 순간이었다. 그들도 사람이고 공감하고 아파하는 존재임을. 그리곤 그들이 우리 주변에서 너무 배제되어 온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끔 만들어줬다. 모든 기준이 ‘정상’이라는 단어로 압축되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싶도록.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의 장애는, 아픔은 치료받아야 할 문제로 바라보기보다 그 자체를 인정해주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도 나아가야하지 않을까. 우리는 너무 우리의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본 게 아닐까.
전문가들의 언어에서 질병이 ‘다뤄야 할 대상’이라면, 아픈 몸들의 언어에서 질병은 무엇보다 ‘살아 내야 할 시간’이었다. 247쪽
우리는 살아간다. 그리고 살아낸다. 마찬가지로 비장애인도 살아가고, 장애인도 살아간다.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없을 만성 통증을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에게는 이것을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는 동기와 마음을 갖도록 보듬어줌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마치 말 못할 비밀을 하나씩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처럼.
책제목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소란스러운 동거’는 이웃과 살아가면서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이기도 하다. ‘너’와 ‘나’라는 다른 존재가 만나서 서로가 익숙해져가기 위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말이다. 더하여서 자신만의 삶을 책임지고 살아가야 하기에 거기에 더하여져 있는 ‘장애’라고 불리는 현실에 대한 의미도 중의적으로 담겨있을 테다. 마지막으로 제목이 갖는 의미에 우리 함께 잘 살아내자는 것도 담고 있지 않을까.
사람은 평생토록 배운다. 마찬가지로 이웃에 대한 이해도 그러하다. 이분법적인 나뉨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것 또한 계속되는 배움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소란스럽지만 행복하도록 동행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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