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시간, 당신과의 시간 정우향 지음 (고양: 터치북스, 2021)
신학 서적만 읽기에는 팍팍하고 그렇다고 말랑한 책을 읽자니 어느 것부터 읽어야할지 감이 오지 않을 때에 누군가 도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집에는 책이 잔뜩 쌓이기 시작하고 그 가운데에서 골라서 읽는 것도 쉽지 않다. 책 속에 파묻히진 않더라도 무언가 찾으려면 힘들긴 하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책 속에 빠져서 낯선 세상에 살고 싶긴 하다.)
어느날 나의 손에 쥐어진 정우향 교수님의 책. 안타깝지만 주로 신학서를 읽다보니 들어본 적 없는 저자분이셨다. 그럼에도 강추하는 분이 계셨기에 어느덧 예상 독서 순서를 변경하여 읽게 되었다.
무언가 나긋나긋 말할 것 같은 책을 보며, 아픈 마음을 추스르도록 도와주는 치유 에세이인가 싶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나오는 문장들과 알록달록 그림을 보며 좀 접어봤다. 진득하니 앉아서 읽어야 할까, 아니면 달려야 할까.
펼쳐서 읽다보니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나게 된다.
나는 내가 직접 겪지 않은 다른 사람의 삶과 고통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무지한 어른이 될까 봐 끊임없이 두렵다. 50쪽
어른이란 무엇일까.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는 (혹은 노력하는) 존재일까 아니면 무념무상으로 살아가는 고독한 존재일까. 타자를 자꾸 의식적으로 잊는다면 결국에는 제2, 3의 아우슈비츠 사건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까.
인생을 잘 산다는 게 뭐 거창하거나 특별한 인물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란다. 209쪽
“인생 뭐 있어? 먹고 대학생”, “일단 Go!”, “잘난 사람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 등의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하는 것은 이런 것보다 오히려 현재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해서 살라는 의미가 아닐까.
젊을 때에는 놓치던 그것을 조금은 먼저 앞서 살고 있는 선배가, 스승이 알려주기에 더욱 와 닿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는 에세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르치고 계시기에 그들의 말투가 느껴지는 문장도 만나보게 되었다. 코로나로 촉발되어 인생 선배들이 경험했던 대학생활과는 판이한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스승님 덕분에 좋은 문장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또한 마음이 힘든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책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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