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서적 리뷰

부름받아 나선 이년

읽고쓰고나누고 2021. 12. 23. 23:22

부름받아 나선 이년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2030 연구원 모임 지음  

(서울: 뉴스앤조이, 2021)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 자들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집 앞에 나가기조차 어려워진 위드코로나의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하면 누구든 비자발적인 실내생활을 하라는 것이었다. 덕분에 모이기를 원하는 교회들에게는 모이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밖에 나가서 전도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그것이 어려워졌다. 그저 강대상 앞에 있는 목사님의 얼굴만 바라보면 (졸더라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화상 프로그램으로 나를 쳐다보게 되어 긴장 아닌 긴장을 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은 영상 전문 기술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보통 이런 일(혹은 봉사)은 거의 남자 청년(혹은 전도사)이 하지 않았나. 이런 상황과는 별개로 주일학교의 간사님과 전도사님은 거의 여자 사람이셨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주일학교 운영에 중차대한 차질이 발생하는 것이다. 아니, 왜 여성분들은 배우질 못 했느냐는 질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고 남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것을 잘 모른다. 운전도 그렇고 신기하게 레이디 퍼스트 아니라 젠틀맨 퍼스트였다.

 

분명히, 교회에는 여성의 비율이 높고 여성 사역자들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무언가 남자(답게 일하는 부분들이 존재하기야 하겠지)만이 하는 일들이 많았다. 여자도 당연히 할 수 있는 일로 보이는데 왜 넘겨주지 않았을까. 이런 현실을 보고 변화시키려 하는 사람들이 오늘의 책을 엮어낸 분들이 아닐까. 나름 진보적이라 보는 감리교에서 사역하는 (혹은 사역했던) 분들의 모임. 왜 모이기에 힘쓰게 되었을까. 흔히, 말하는 성경적이어서 그럴까. 단합하지 않으면 개개인의 목소리로만 외치면 들어주지 않고, 묻혀버리고 잊히는 존재가 되어버리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예수께서는 당시의 오합지졸처럼 보였던 열두 제자를 모으셨다. 그리고 그들의 변화를 기다리셨지만 승귀하신 이후에만 보게 되는 아주 아름다운 이들이었다. 남자만 제자였는가, 성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수님의 부활하심을 가장 먼저 외친 이들이 누구였나 여자였다. 무서웠지만 전하고 외쳤다. 그러나 제자들이라고 불렸던 남자들은 무엇을 했나. 숨고 떠나고 믿지 않았다. 참, 대비되는 모습이 씁쓸..

 

어찌되었던 현대의 그리스도교의 여성 사역자라 자부하고 그러기 위해 신학교에 입학했던 이들이 마주했던 현실은 일명, 세상보다 더했다. 오히려 더 폐쇄적이었을 거고, 진골 성골 해골의 모습도 보게 되고, 남자만 찾는 더러운 현실을 보았을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1종 운전면허 필수, 기타연주와 찬양인도 필수, 기혼자 환영 같은 것 등) 왜 그런 걸까. 이러한 아픔들과 고민들을 함께 해쳐나가기 위해 모인 모임이 ‘감리교여성지도개발원’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들의 피, 눈물, 땀이 담긴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은 감리교는 3개 신학대학인데 왠지 서대문에 있는 학교만 보이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좀 더 연대하는 모습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작은 바램.

 

뉴조의 연재를 통해서 알게 되었던 필명 도라지님의 글을 새롭게 만나서 기분 좋았다. 각자의 색깔은 가감하지 않고 담긴 이 책에서 자신의 삶의 자리를 보여주는 진솔한 글들. 어쩌면 남자라서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 여성신학에 대해 모르고 알기 어렵고 두려울 수 있고 적대감을 갖기 쉬울 것이다. 나 또한 그랬고, 그래서 더욱 궁금해서 여성신학 과목을 하나는 들었으니 그러나 아직 멀었다. 모든 사람들이 남자와 여자는 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존재라고 제대로 고백했으면 한다. 말로만 성경에 사랑이 적혀있다 하지 말고 보여주기를

 

요즘의 화두는 공정이다. 그래서 여러 정치인들과 그들의 가족에 대한 구설수가 오르내린다. 그런데 교회는 어떤가. 오로지 은혜로 덮는가. 어떠한 사건사고가 발생한다고 해도 말이다. 이제는 그러한 모습을 견디지 못하는 MZ세대가 등장했다. 아니 그들이 교회를 이해하지 못하고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면 달라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다음이란 없을지 모른다. 이 글들을 써내려갔던 연구원들이 나온 학교도 어느덧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다. 학령기 인구가 절대적 감소를 했고, 그에 비해 교회에 다니는 친구들은 더 없어졌다. 이런 사실을 잊지 말고 젊은 친구들 이야기 좀 듣고 변화되면 좋겠다.

 

부름 받아 나선 이 여성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도록, 아골 골짝 빈 들이나 소돔 같은 거리에 갈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게 돕자. 복된 소식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다. 여기서 이렇게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금 사랑으로 일어나도록 말이다. 그럴 수 있게 이 책 좀 사주고 읽어주셨으면 한다. 선물도 참 좋겠다.

 

이 몸이고 싶은 이 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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