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서적 리뷰

가나안에 거하다

읽고쓰고나누고 2021. 12. 20. 02:12

가나안에 거하다 이진희 지음 (서울: 두란노, 2021)

 

우리나라에서 만나기 힘든 곳 중에 하나는 (아직까지는) 사막이나 광야가 아닐까. 황량함을 느낄 수 있다는 그곳, 과연 마음의 황량함을 얼마나 잘 표현해낼까. 살아있는 생물을 만나기 어렵다는 그곳에서 살아나갔던 이들이 있다. 우리가 성경에서 익히 알고 있는 유대 민족이 그러했다. 멀리는 아브라함을 필두로 하여 광야 생활을 했다는 대단위 이동의 모습까지 보게 된다.

 

이 모든 일들이 과거의 영광처럼, 신기루처럼 멀리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기에 우리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과는 너무 멀리 있기에 좀 더 와 닿을 수 있는 가이드가 필요하다. 이 일을 잘 해주는 분이 이진희 목사님 아니실까.

 

광야 시리즈로 알려진 이야기의 저자, 벌써 세 번째 만남이기도 하며, 시리즈의 완결을 맺는 것이 이번에 읽는 책이다. 그래서 고민 말고 펼쳐 본다.

 

그린톤

 

책의 표현을 빗대어 써본다면, 황량한 암갈색으로 표현되는 광야와는 대비되는 푸르른 녹색을 보게 된다. 마치, 바라보길 원했던 초장과 산을 형상화 한 것처럼 느껴지는 내지의 디자인이라고 해야 할까.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야기들은 각 장마다 다른 길이를 보여준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서 끊기는 것이기에 몇몇은 짧게, 그리고 몇몇은 긴 호흡을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글이라고 여겨진다(괜히 대통령의 서재에 있던 작가의 글이 아님을 느끼는 부분).

 

비가 오지 않으면 힘든 광야에서의 삶,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잘 모를 천수답이라는 단어가 딱! 등장한다. 요거 설명을 달아주셨으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책을 쭈욱 읽어나가다 보면 8장에서는 구약성경을 요약하는 부분들이 나온다. 갑자기 구약개론 시간이 된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딱딱하지 않으니, 어렵지 않으니 릴렉스하고 보면 된다. 아, 좀 더 자세히 밑줄 그은 문장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책을 요약해 보여드려서 흥미가 떨어지면 안 되니까

 

바알의 세상에서 바알 없이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99쪽

 

필자는 주로 “본회퍼의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과 더불어”라는 문장을 좋아하고 인용한다. 그런데 위의 문장에서 역으로 뒤집어진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지만 하나님을 믿지 않는 세상에서 더불어 사는 것처럼 살도록 지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바알의 세상에서 바알과 함께 살아가려는 본성을 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그가 주는 초콜릿이 너무나 달콤하기에 말이다.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봤다. 그래서 다음의 문장에도 주목하게 되었나보다.

 

애굽에서 살고 있느냐, 광야에서 살고 있느냐, 아니면 가나안에서 살고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의 다스림을 받고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252쪽

 

아브라함의 자손들이 모세를 따라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고) 애굽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광야에서의 교훈을 잊고, 가나안에서 살아간 모습을 떠올려본다. 언제나 어디서나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나부터 살고 보자는 마음이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일단, 살고보자는 우리의 본성이 존재하기에 말이다. 이것을 이겨내는 것은 오로지 은혜일 것이다.

 

나의 힘으로 한다면 힘들 수밖에 없는, 그래서 더욱 주님이 필요함을 인정하게 되는 존재가 크리스천이리라. 광야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에게 또한 가나안에 막 도착한 이들에게도 아니면 아직 탈출조차 못한 이들에게도 그분이 필요하다. 주님 한분만으로 만족했으면 좋겠다. 과거의 이스라엘처럼 두 단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한분만 바라봤으면 좋겠다.

 

가나안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또한 신앙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여 드리며

 

덧: 저는 광야 시리즈 중에서는 이 책을 처음으로 읽었습니다.

 

컬러 구성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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