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영성 존 마크 코머 지음 (서울: 두란노, 2021)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패시브 스킬이 있다. 외국인들도 잘 안다는 단어 빨리빨리. 우리는 끊임없이 그리고 이 단어를 외치며 발전해왔다. 아니 선진국 대열에 들어오려고 노력했다. 모두가 다 노오력했다. 전부다 성공한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정치·경제·사회에서만 이루어진 부분일까. 아니다. 신앙에 있어서도 교회의 발전도 이 정신을 계승해서 어떻게든 달려 나가려 했던 것이 사실 아닌가. 이 스킬의 발동으로 인해서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따라잡았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은 놓치고만 것이 아닐까.
이번에 읽은 이 책에서도 나오거니와 인디언(혹은 원주민)들은 빠르게 이동하지 않는다. 자신의 영혼이 쫓아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다. 너무나 빠른 속도감을 따라잡지 못해서 힘들어하지 않도록 말이다. 이런 배려를 잃어버린 세대에 살아나가는 나, 아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는 결론부터 말하기를 원하지 않는가. 빠른 정보 획득을 위해서 말이다.
이 책은 멀티 사이트 교회의 담임을 맡았던 이가 중대한 결심 후 그 자리를 내려놓고 천천히 살아가는 그리고 그 느림을 권하는 책이다. 더 정확히는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제자들의 삶을 살아가도록 독려해준다. 책의 표현대로 말하자면, 도제의 삶으로 살아가도록 말이다.
세 개의 파트로 구분되어 있는 이 책의 첫 번째 부분에서는 현대인들이 맞이하는 상황들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서 피곤할 수밖에 없게 되는 바쁨을 살펴본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부분에서는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하셨는지 아니 어떻게 이 땅 위에서 지내셨는지를 살펴본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예수님처럼 살아가는 즉, 도제의 삶을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제안한다. 과거의 방식이 아니라 현대인의 삶에 알맞은 방식을 찾아서 권하여 준다. 절대로 그대로 따라하지 않아도 됨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책의 내용 중에서 맘에 들었던 부분을 세 군데만 발췌해본다(의도한 거 맞다. 책의 파트 구분처럼 따라하고 싶었다).
우리의 의지로는 ‘좋아요’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우리 스스로 문제를 인정해도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건만, 우리 대부분은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59쪽
일명, 웃픈 상황을 보여주는 문장이었다. 나의 글이 인기 있기를 그리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디스플레이 된 삶을 원하는 모습의 적나라함이었다. 인정받지 못하면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라 어두운 곳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그들의 시선 같기도 했다.
조용히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영적 훈련이다. 146쪽
위의 상황들과 반대로 가만히 있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어려워하는 세대를 느끼게 했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을(혹은 못할)것이란 생각이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가만히 기다릴 때에 역사하시는 그분을 만날 수 있기 위해서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바쁘게 움직여서, 나의 힘으로 일을 하여서 보고만 계신 것은 아닐까.
예수님의 제자로서 우리가 끊임없이 던져야 할 질문은 사실상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가 아니다. 더 좋은 질문은 “예수님이 나라면 어떻게 하실까?”다. 237쪽
어렸을 적 읽었던 찰스 쉘던의 책 제목이 떠오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떠오른다. 텍스트와 콘텍스트의 실제화이다. 상황에 나를 대입하는 것, 그래서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삶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신앙은 과거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기에 말이다.
위에서 살펴본 부분들 이외에도 생각해볼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다. 삶과 신앙에 대해서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책이었다. 어쩌면 성경을 읽어나가도록 도제의 삶에 핸드북이 되는 책이 아닐까싶다. 그래서 예수님을 닮고자 하는 이들 아니 따르고자 하는 이들에게 권하여 드린다. 그리고 지금 여기의 삶에 번 아웃이 오려는 분들에게도 권하여 드린다. 다른 방식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해줄 것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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