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서적 리뷰

기나긴 청춘

읽고쓰고나누고 2021. 8. 3. 01:59

기나긴 청춘 장 비야르 지음 (서울: 황소걸음, 2021)

 

  가장 소중한 그러나 돌아올 수 없는 인생의 계절을 손꼽아본다면 청년이라는 시간이 아닐까. 만나고 싶은 이들이 많았고, 하고 싶은 일들과 꿈이 가득했던 그 시기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왜 이렇게 앞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는지 모른다. 그리고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이 더해지던 순간이기도 했다. 대체로 비슷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우리는 청소년기에 삶의 목표와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들었다. 일명,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며 자신의 미래를 다잡아야 한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어서도 청년이 되어서도 미래의 ‘ㅁ’(미음)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벌어진다. 왜 그러는 걸까. 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우리와는 지리적으로는 많이 떨어져 있는 나라,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다. 왜냐하면 산다는 것은 자신의 삶의 자리만 다를 뿐이지, 사유하는 존재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삶의 자리인 프랑스에서 전후 세대와 다른 지금의 청년들을 비교한다. 그리고 어느 학자의 의견에 기대어서 보다 나은 형태의 청년들을 도와줄 일들을 제시한다. 왜냐하면 청년의 시기가 예전 시대보다 길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년이 되면 부모의 도움 없이 자립할 수 있다고 말을 하지만, 현실은 캥거루처럼 도무지 밖으로 나가질 않는다. 어쩌면 집 나가면 X고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럴 수 있으리라. 그럼에도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제목의 책이 있던 것처럼, 저 거친 세상으로 나아가야 무언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무런 지원도 대책도 없이 맨 땅에 헤딩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안전망을 통해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프랑스처럼 주 5일 35시간 근무는 아직 저 멀리 어딘가에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현대사회에서 정말로 소외된 이들은 온전한 자기 시간이 없는 이들이다. 43쪽

 

  어느덧 늘어난 개인의 자유 시간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하지만, 바쁨으로 인해 혹은 이웃과의 소통의 단절로 인해서 소외감을 느끼고 홀로 살아가다가 떠나가는 이들이 존재한다. 복지 사각지대의 인물을 발굴해야만 하는 것이 복지사의 업무이긴 하지만 이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인간을 개별자로 대할 수 있는 따듯한 동료라 생각한다. 우리말로 하면 이웃사촌. 바로 이 정을 돌아보게끔 만들어주는 시간이 되었다.

 

  프랑스라는 자유를 중시하는 서구문화권의 중심지 중의 한 곳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흥미롭다. 그리고 그들이 이룩한 자유는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곳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느껴본다. 점점 더 생물학적 생존 가능 시간은 늘어난다. 더하여 기술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하여 우리의 육체노동은 더더욱 필요치 않은 순간이 도래하고 있다. 그리하여 필요한 나만의 시간, 또한 발전을 위한 시간이 오는 것이다.

 

  미래는 한치 앞도 알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걸음씩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보다는 조금 앞서서 겪었던 문제점들의 해결 실마리를 찾은 나라를 벤치마킹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얇고 깊은 사유가 담긴 이 책을 권하여 드리며

 

반응형

'일반 서적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각과 환상  (0) 2021.09.03
책이 입은 옷  (0) 2021.08.03
호모 이밸루쿠스  (0) 2021.08.02
또라이 질량 보존 법칙에서 살아남기  (0) 2021.06.06
게임, 게이머, 플레이  (0) 2021.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