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서적 리뷰

호모 이밸루쿠스

읽고쓰고나누고 2021. 8. 2. 21:04

호모 이밸루쿠스 김민주 지음 (서울: 시대의창, 2020)

 

  호모하면 사피엔스가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주로 호머 심슨부터 떠오르는 사람입니다. 심슨을 너무 좋아해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인간을 뜻하는 이 단어에 합성로 붙은 이밸루쿠스는 어떤 의미에서 붙인 것일지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입니다. 책의 소개를 살펴보면 ‘평가지배사회’라는 내용을 읽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 이 책의 주요 요지는 ‘평가’에 의해 지배받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철학 내지 교육사회학 에세이가 아닐까싶은 유추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기 시작하면 이것은 교육만이 아닌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평가’라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시험은 친숙하고 익숙하다. 시험이 친숙하고 익숙한 이유는 분명하다. 오늘날 시대가 ‘경쟁’과 ‘자격’의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42쪽

 

  ‘평가’라는 단어는 ‘시험’이라는 단어로 혹은 ‘테스트’로 ‘점검’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가치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기에 다분히 정치적인 뉘앙스를 갖기도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평가를 우리는 무심하게 혹은 자연스럽게 대하고 있는 사회를 톺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책은 총 일곱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장에서는 평가가 무엇인지 호모 이밸루쿠스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장에서는 한 사람의 인생곡선을 따라가면서 살펴보게 되는 평가의 상황들을 마주하게끔 해줍니다. 3장에서는 평가지표를 통해서 개인화되지 않고 동형화 되는 호모 이밸루쿠스를 그려내며 4장에서는 다분히 권력의 요소가 담겨 있는 평가를 살펴봅니다. 5장에서는 이 매력적인 평가에 대한 시장성을 다루어주는데요 관련 산업의 발전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6장에서는 ‘운’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금 돌아보게끔 해줍니다. 객관식 평가에서 만나게 되는 찍기 운을 예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호모 이밸루쿠스는 가만히 멈춰있는 존재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왜 인지하는 것이 중요할까요?

 

평가지배사회에서 호모 이밸루쿠스는 평가를 하거나 받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긴다. 그래서 평가에 지배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263쪽

 

  당연한 것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그것에 길들여진 상태라는 것을 우리는 모릅니다. 아니 알고 있더라도 잊으려고 합니다. 왜 판단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일까요. 무한경쟁사회로 몰아붙이는 신자유주의시대의 파고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더하여 코로나로 인해서 백신 접종을 받는 순서까지 평가받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야 합니다. 평가지배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돌아가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그것에 적응하지만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나은 방향으로 나아감을 모색할 수 있는 ‘자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분명, 쉽지 않은 길이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가능할 것이고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낸 호모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삶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도록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는 것은 어떠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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