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서적 리뷰

게임, 게이머, 플레이

읽고쓰고나누고 2021. 4. 4. 09:48

게임, 게이머, 플레이 2판 이상우 지음 (서울: 자음과모음, 2021)

 

  게임이란 단어에 억한 심정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부모님들은 대체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자녀들에게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뒤통수가 따갑게 느껴지더라도 굳건히 게임을 하는 것은 얼마나 힘들까. 이 책의 저자는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게임을 평론하는 삶을 살아간다. 자신을 소개하기에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직업. 게임을 만드는 사람도 아니며, 그렇다고 문학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도 낯선 이방인 같은 느낌을 줄 것이다.

 

  인문학으로 게임을 바라보기에 들뢰즈나 베르그송이 등장하는 상당히 머리 아플 수 있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다채로운 게임의 종류와 이야기들로 인하여 청량감을 더해준다. 읽기에 부담이 없는 것이다. 다만, 저자의 표현처럼 사진과 같은 부가 자료가 부족하며, 게임은 실제적으로 플레이를 해봐야 정보 전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곡해를 줄일 수 있음에도 문자화하여 설명하기에 제약된 점이 많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느 정도의 분량인가.

 

  총 1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기존에 발표된 글들을 수정·보완하여 올린 것, 새롭게 쓴 글까지 있다. 그렇지만 게임이라는 것이 워낙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거니와 시대의 흐름에 빠른 반응을 보이기에 지금과는 다소 간극이 벌어져있는 게임 타이틀이 등장하니 이에 대한 사전 이해는 필요하다. 조금만 더 자세히 책을 살펴보자.

 

  1장에서는 이미지와 텍스트라는 두 가지 단어를 통해서 이들의 상관관계를 살펴본다. , 게임의 기초구성요소가 되는 이미지와 텍스트간의 혈투 내지 암투를 보여준다, 2장에서는 슈팅 게임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며, 3장에서는 액션 게임의 조작방식을 통해서 살펴본다. 4장에서는 좀 더 발전한 형태의 대전 게임을 통해서 무한경쟁 시대를 바라본다. 다음으로 5장에서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어드벤처로 분류되는 게임을 통해서 이야기한다. 이어지는 6장과 7장에서는 롤플레잉 게임의 과거로 시작하여 시뮬레이션 게임의 등장전후를 살펴본다. 여기까지를 저자는 1부로 구성하였다.

 

  8장과 9장에서는 미션 실패의 원인이 되는 플레이어의 캐릭터의 죽음과 제한 시간, 의도된(디자인된) 지도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움직임과 제한성을 살펴본다. 이어지는 10장에서는 가상에서 보게 되는 사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살펴볼 수 있으며, 11장에서는 시적 게임의 가능성을 그리고 12장에서는 한국적 특징이 마구 묻어나는 MMORPG를 다룬다. 13장에서는 필자도 즐기고 있는 SNG게임이 정말 소셜인지를 이야기하며, 마지막 14장에서는 예술로서 바라볼 것인지, 아니면 문화와 자본에 잠식된 사업인지를 돌아보며 글이 끝난다. 이 내용들을 2부로 구성했다.

 

  단순히 텍스트와 이미지뿐이었던 것들은 어느새 우리 곁에 함께 하고 있다.

 

‘퐁’이라는 막대기는 지구를 지키는 대포에서 팩맨이라는 하나의 생명체로, 그리고 개구리를 거쳐 마리오가 되었다. 19쪽
모든 게임기의 전원 버튼은 누구나 볼 수 있게 큼직하고 선명하며 반짝거린다. 60쪽

 

  길거리 혹은 문방구 앞에서 볼 수 있던 오락기에서 실내로 들어간 오락실, 그리고 IMF를 기점을 마구 생겨버린 PC방까지 이어진 게임의 역사는 PC방의 전원 스위치도 화려함을 자랑한다.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게임 세계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생각하는 기계. 그리고 현실의 같은 일을 반복하는 노동하는 기계. 과연 어느 쪽이 더 행복한 것이냐고. 게임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어쩌면 현실에서 생각하는 기계로 사는 방법이 아닐까? 140-141

 

  친절하게 그리고 은연중에 우리의 삶의 부조리함을 고발하기도 혹은 적응시키는 도구와 같은 문장이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임이기에, 젊은이들 혹은 어른까지 게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게임 가운데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고 은연중에 말하는 철학을 경계해야 할지 말이다. 게임을 게임으로 즐기고 싶지만, 우리의 지갑을 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제작사들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무엇보다 게임을 통해서 우리 삶의 자리를 조망해볼 수 있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여 드리며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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