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서울: 삼인, 2021)
어린 왕자를 떠올리면 가수 이승환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그 중에 나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여우와의 대화가 떠오르는 생텍쥐페리의 책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판본으로 보게 되고 자라나는 자녀들을 위한 판본으로 읽었으며 배우 손예진의 목소리와 이미지를 닮았던 작문 선생님이 읽어주시던 ‘어린 왕자’를 다시금 만나게 된다.
무엇보다 옮긴이의 생각과 그가 이해한 작가의 삶, 출판사에서 정리해준 진짜 어린 왕자 같은 삶을 살려고 노력했던 생텍쥐페리까지 바라볼 수 있다. 페미니즘이 아닌 페시미즘을 찾아보도록 만들어주는 책이기도 하다.
스토리는 팬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그 이야기가 맞다. 다만, 어린이(혹은 유아)나 청소년판에서는 빠질 수 있었던 부분들이 잘 포함되어 있고, 프랑스어를 연구하고 전하려고 노력한 역자의 노력이 담겨 있는 판본이기에 뉘앙스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한 작가의 그림과 글을 그것도 다른 언어를 쓰는 이의 생각을 담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말만의 느낌을 옮기기 힘든 것이 얼마나 많은가(예를 들어서 요즘 유행하는 소복소복). 마찬가지로 프랑스어의 뉘앙스를 변형시키지 않고 전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자세한 부분은 역자 후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행복을 만날 수 있도록 길들여지는 것, 그리고 만나기 한 시간 전부터 들떠있는 마음을 표현하는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풋풋한 연애의 감정과 우정의 느낌들이 있다. 디지털을 넘어서는 사회에 살고 있으며 이어령 선생의 표현으론 디지로그를 살아가야 할 우리이지만, 이 작품의 쓰인 시기의 느낌처럼 사람과 사람이 맞닿아야만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감성도 유지되었으면 한다.
어린 시절에만 가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주변에 대한 인식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성서의 표현처럼 어린 아이와 같은 이들만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더불어서 오늘은 어린이날이었던 만큼 어린이처럼 살고 싶다. 왜냐하면 저 하늘의 빛나는 별을 올려다 볼 시간이 줄어들어버린 어른이 되어서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