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설, 산문

네가 좋아질 때마다 나는 헤어지는 상상을 해

읽고쓰고나누고 2020. 11. 28. 16:04

네가 좋아질 때마다 나는 헤어지는 상상을 해 코끼리코 지음 서울: 콜라보, 2020

 

  ‘내적 음악 에세이’라는 새로움을 표현하는 글을 만나게 되었다. 유난히 가요에는 (음악도 마찬가지이지만) 사랑을 노래하는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기에 에세이면서 만남과 이별을 그려내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기대해보며 펼쳐보게 된다.

 

표지에 CD가 있는 느낌

 

  요즘 감성(갬성이라고 하는 것이 어울릴까?)에 맞게끔 플레이어에서 재생하는 듯 인쇄된 페이지와 더불어 좋아요를 누르라는 듯 하트가 표시되어 있어서 눈길을 주게 된다. 왠지 모르게 음악CD들을 쌓아놓고서 그 옆에서 봐야 할 것만 같은 이 책은 참 뭐라고 해야 할까. 그 시절 그 느낌을 잘 담아내고 있다.

 

플레이 화면
좋아요일까?

  목차에서부터 음반 고르듯 볼 수 있게끔 되어 있고, 심지어 목차에 빠져 있는 히든 트랙 같은 보너스 내용까지 있다. 이건 직접 보아야 느낄 수 있다. (서점 목차에도 없습니다. ^^) 책을 읽기 시작하면 필명에 감추어진 작가의 성별은 더욱 미스터리하게 느껴진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애매하게 보이는 감성이 있기에, 하지만 페이지를 더욱 넘기다보면 만나게 되는 여자의 향취를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조금 더 섬세하게 묘사되는 각 순간의 감정들은 찰나를 표현하는 것처럼 섬세하다. 사랑의 달콤함 보다는 이별 후에 다가오는 것들을 만나볼 수 있고, 이별이 오고 있음을 직감하는 내용들이 나온다. 무엇보다 에세이의 제목처럼, 양가감정을 느끼는 심리를 잘 표현해준다. 마치,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말했던 것처럼 친한 척하기 어려워하는 친한 상대처럼 말이다.

 

  사랑한 후에만 알 수 있는 것들은 사랑하고 있을 때에는 알 수 없다. 온통 모든 감각들이 상대방에게만 집중하고 있기에 주변의 소리와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갑자기 사라져버린 그 사람의 빈자리에 어쩔 줄 몰라 하며 각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아픔을 추스르기 바쁜 거지. 180쪽

 

  그러다가 헤어지면 위의 문장처럼 우리는 허둥거리는 모습이지 않은가. 사랑 참 어렵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사랑한다. 그리고 이별하고 아파하고 다시 일어선다. 그 정말 어려운 순간을 이겨나가는 것은 또 하나의 기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어려움을 뚫고서 사랑의 결실을 이루어낸다는 것은 정말 기적중의 기적이 아니었을까. 사랑하고 싶지만 사랑이 어려운 사람들과 아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이 되어줄 이 책을 읽어보라 말하여 주고 싶다. 동료가 건네주는 위로가 있기에

 

읽은 후에 사랑후회 아니 사랑했던 그 해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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