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이방인 천선영 지음 (파주: 책밥상, 2020)
사회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는 어쩌다보니 여행을 즐길 수밖에 없는, 이방인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서 지냅니다. 7년 반이라는 독일 유학을 겪었던, 그리고 고향과는 다른 곳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직업에 의해서 시작된 이방인의 삶은 여행의 길로 인도하였고 읽는 독자인 저에게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간접적 경험으로요.
특별히 강원도 내에서도 대관령이라는 특정지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에 기대하며 보게 됩니다. 저자의 몸이 일부 불편함으로 인해서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었으나 사막에서의 휠체어 투어를 하던 이들과의 조우를 글에서 발견합니다. 그들은 육체적으로 불편할지라도 사유 자체에는, 경험 자체에는 차이가 없음을 목도하여 숙연한 마음을 갖게 만듭니다. 역지사지를 실질적으로 느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흔히 여행을 간다면 어느 TV 프로그램처럼 N박 N+1일이라는 뉘앙스를 갖게 됩니다. 곧 떠날 것이고, 잠시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고정관념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러한 생각을 깨뜨려버리는 저자의 ‘정주형 여행’이라는 표현은 신선함을 줍니다. 어느 장소에 10일 이상을 머무르며 관찰해내는 것이 여행이라고 보여 주기에 말이지요. 또한 ‘기생형 여행’이라는 독특한 표현을 배웠습니다. 나 스스로 떠나는 여행이라고 말하지만, 결국에는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회의 유기적 존재가 인간임을 표현합니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남는 여행을 배우는 것입니다.
좀 더 페이지를 넘겨보면 『기꺼이, 이방인』이라는 책의 제목으로 뽑힌 내용의 글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방인, 소수자, 여행자라는 단어를 저자의 표현대로 말하자면 근친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곳에 정주해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기에, 그곳에 융화되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고 해도 다름을 뽐내기에 말입니다. 이방인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사소한 풍경에서도 무언가 다름을 발견합니다. 그렇기에 저자의 직업인 사회학자는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독특성을 찾아내는 일에 최적화 된 모습이 아닐까요. 어쩌면 삶의 자리를 살아내는 우리에게는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기에, 늘 보던 풍경이기에 찾아내지 못하는 다름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요즘처럼 크리에이터의 삶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기꺼이 이방인으로 살아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걷기를 좋아하는 저자는 「제주 올레 유감」이라는 제목의 한 꼭지를 지었습니다. 사람마다 생각과 방향이 다르기에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막고 천편일률적인 방법으로만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진 걸까요. 단지 길을 걷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도전 정신일 뿐일 텐데 말이죠. 그 길을 바라보면서 떠오르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박진영이 쓴 지오디의 「길」,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는 가사가 떠오르는 「하숙생」까지 길에 대해 노래하고 의미를 되짚어보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 많지요. 가장 좋은 것은 그 길을 따라 걸어보는 것이며 그 끝은 가봐야 알기에 인생은 오묘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생길이 아니더라도 여행지에서 만나는 갈림길은 고민에 고민을 더하여 주는 존재이기에 모험이 됩니다.
길치에 지도도 잘 못 보고, 지도 해독하기도 좋아하지 않는 그런 사람, 그렇지만 앞으로 나아가길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 저자입니다. 모두가 다 똑같을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정확히 모르는 미래는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그런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한걸음씩 나아감을 생각하게 됩니다. 잘못된 길이 아니라 돌아가는 길이기에 조금 더 걸릴 뿐이지, 그만큼의 경험을 얻는 것은 아닐까라는 조언을 책에서 듣습니다.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나라는 존재이기에, 그렇기에 더욱 힘을 내어 봅니다.
걷기예찬론의 글을 읽고 있으면 걷고 싶어집니다. 어쩌면 현대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저는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직립보행의 대단함보다 소파의 편안함을, 안락함을 사랑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생각하기에 존재한다는 인간을 말하던 철학자도 걷기를 좋아했습니다. 무언가 사고하기에는 걷기가 좋지 않을까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직업을 가진 분들에게도 권하여 드리고 싶습니다.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동일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기를 거부하는 저자의 의견은 생각하게끔 만들어 줍니다. 왜 나는 남들과 똑같이 살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결국 중요한 것은 타자가 아닌 나 자신에게서 발견하게 되는데 말입니다. 이 세상에 잠시 여행 중인 우리에게는 빠름의 속도보다 주변을 둘러보며 느끼고 행복해야 할 것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잠시 쉬었다가 가도 좋다'는 문구가 있는 것처럼, 쉬엄쉬엄 사는 인생도 즐겁지 않을까요. 특별히 ‘빨리 빨리’를 강조하는 우리 문화에서는 더욱 그렇게 보입니다.
저자는 젠더에 대해서, 여성의 평등성에 대해서 말해오던 사회학자이기에 여성의 홀로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 책이 나오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는 치안이 굉장히 안정된 국가이기에 그것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짧게나마 제가 다녀본 국가 중 일부는 밤에 길을 나가면 위험하니 숙소 안에만 있기를 요청하던 것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안전한 우리나라가 최고이기에 대관령살이를 마음껏 느껴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저자를 이야기해보렵니다. 책에서 계속 사용되어지는 이 단어는 사람을 통해서 이것저것을 배울 수 있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단어로 느껴집니다. 각 사람 세월의 풍광과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그 무엇이 우리에게 새로운 학습의 장을 만들어주니까요. 작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별히 여행을 통해서 크고 멋진 것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들에 관심을 쏟을 때에 더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전하여 줍니다. 소시민적인 삶을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모두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기에 한 달 살기 프로젝트도 아닌, 두 달 살기는 멀리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나 가까이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신기루가 아니고요. 음, 기회가 닿는 대로 떠나보실까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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