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종교학

그리스도가 구속한 여성

읽고쓰고나누고 2020. 11. 16. 11:00

그리스도가 구속한 여성 김세윤 지음 (서울: 두란노, 2016)

 

  김세윤 박사님의 출간된 서적을 많이 읽다보니 특유의 뉘앙스가 느껴지기 시작한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지 고민하게 된다. 파편화되어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씩 모여서 무언가 만들어지는 느낌이다. 필자와는 다른 계열의 신앙노선임에도 불구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과 그 신학의 진정성은 존경할만한 분임에 틀림없다. ‘보수주의’의 기치 아래 있는 분이시기에 그가 주장하는 내용들은 자칭 ‘보수주의’라고 하는 분들에게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음을 기억한다. 어쩌면 도전적이고도 진취적인 혹은 래디컬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시는 것임에 틀림없다.

 

  파트(장)로는 4개 밖에 안 되는 작고 얇은 이 책은 세미나에서 이루어졌던 강의가 글로 수정 보완되어 나왔었고, 절판 중이던 상태에서 다시금 재판되어 나온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과는 별 차이가 없던 것으로 보이던 시기(2016년)를 기억하게 되며, 지금도 그 차이는 미미한 것으로 느껴진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특별히 그리스도를 따른다고 하는 자들이 보는 여성에 대한 시선은 어떠한 것일까. 저자의 말처럼, 유교적이면서도 가부장적인 권위주의를 내세우는 변종 기독교인일까.

 

  책은 크게 구약에서 말하는 여성(파트 1)과 예수님이 말하는 여성(파트 2), 바울이 말하는 여성(파트 3), 마지막으로 종합적인 내용을(파트 4) 다루며 끝이 나는 간결한 구조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여성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우리의 선입견을 꼬집어보면서 무엇이 성경적인지 그리고 복음적인지를 살펴보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차별 금지법의 의미나 인권 문제는 차선으로 치더라도 저자의 다음과 같은 외침은 언제나 이루어질까 생각해본다.

 

한국교회여, 언제가지 남녀 차별로 이들을 울리려는가? 그들에게, 그리고 당신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은 무엇인가 11쪽

 

  예수 그리스도께서 철폐하신 그리고 본으로 보여주셨던 여성에 대한 대우와 본을 따르지 않는 자들이 지금 현재의 우리의 모습은 아닐지 돌아보게 된다. 복음이란 무엇인가. 우리를 자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얻는 참 자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군가를 구속하려고 한다. 자신의 힘으로 억압하고 싶어 한다. 과연 옳은 것인가. 책을 조금 더 읽어나가면 다음과 같은 저자의 신랄한 비판도 만나게 된다.

 

엄청난 사실이 복음서들에 엄연히 기록되어 있는데도 여자가 교회에서 설교하는 것은 성경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자칭 ‘보수주의자’들이 한국 교회의 다수를 이루고 교권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그들이 ‘보수’하려고 하는 성경에 의하면, 여자들이 주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하신 복음의 첫 설교자들이었습니다. 38쪽

 

  대체 무엇을 지키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복음주의자들이라고 자처하는 분들께서 좋아하는 리처드 보컴과 같은 학자들도 복음서의 예수 부활의 증인으로 기록된 여성을 살펴봄에 있어서 그 당시 문화에서 얼마나 파격적이었던 것인지를 지적한다. 여성은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지위를 인정하지 않던 당대의 삶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는 주임을 고백하려는 자들이 당연한 듯 인정한 그들의 ‘복된 소식’은 무엇이라고 할 것인가. 그리고 초대교회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바울서신들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순기능적인 모습들은 애써 무시하고 역기능적인 장면만을 부각하는 것은 과연 공정한 것인지 아니면 신학적으로 올바른 것인지 묻고 싶어진다.

 

여성을 굴종시키려는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진 복음의 놀라운 자유를 파기하는 행위입니다(참조: 갈5:1). 124쪽

 

  물론, 그들이 따르는 신조와 더불어 신학에 의해서 인정하지 않으려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복음의 의미는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위로부터 내려오는 무한의 사랑과 더불어 수평적으로 펼쳐지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라는 의미를 되새겨본다. 특별히 복음을 강조하는 근본주의자 내지 복음주의자, 보수주의자들에게 복음의 의미를 다시금 살펴보기를 바라게 만드는 이 책을 권하여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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