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철학 교실 도날드 파머 지음 (안양: 글터, 1995)
철학은 어렵지만, 이야기처럼 흐르는 내용은 쉽다. 오늘 소개할 본서는 부제가 ‘이야기책을 읽듯이 읽으면 철학이 보이는’이라고 되어 있다. 철학은 어렵다는 것이 기본적인 우리의 인식이며, 철학을 한다는 것이 모든 것의 부정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렇지만 본서를 읽어나가기에 앞서서 전제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역사와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불어서 서문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본서에서는 여성 철학자를 다루지 않는 의도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저자의 서문을 살펴보시며 공감하시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본서의 구성을 살펴보도록 하자.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 왜 서양철학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는가?
1.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
2. 아테네 시대
3. 헬레니즘 시대
4. 중세철학
5. 17세기와 18세기
6. 19세기
7. 20세기
각 장에서는 또한 대표적인 철학자들의 이름 옆에 그가 주장하였던 대표적인 어구가 기록되어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직접적으로 제목을 마주하기보다는 내용 중에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제목으로 따로 읽으면 느낌이 다가옴을 목격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하여 무엇을 알 수 있으며, 이 책에서 무엇을 건져 올릴 수 있는가? 책의 구성(목차)을 살펴본다면, 역사의 흐름 안에서 나타났던, 여러 종류의 철학 사조를 스쳐 지나가게 될 것이다. 이 중에서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을 소개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인간문화 자체는 의지의 또 한 번의 시도에 불과하고, 인간의 낙관주의와 희망은 우리가 진정한 사태에 관해 계속해서 우리 자신을 기만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해주는 의지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에 불과하다. 모든 인간 문화는 거대한 사기에 불과하다. 242p.
위의 내용은 쇼펜하우어를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나온 것이다.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라는 말로 유명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소피스트들이 민주주의 앞장 선 자들이었음을 알게 해준다. 물론, 다른 철학책에서도 이와 관련된 내용을 주지시켜준다. (『철학 쉽게, 명쾌하게』를 참조하십시오) 더불어서 공리주의 장단점을 확연하게 가르쳐준다. 그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하여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 이것 하나만 건져내더라도 깨닫더라도 대단하다고 생각이 든다. 그것은 바로 우리는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무지의 깨달음) 과연 우리가 지혜를 소유할 수 있을까? 플라톤의 방식대로 말하자면, 이데아는 저 멀리 어딘가에 있기 때문에 그림자만 좇는 삶이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프니츠의 말이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이세상은 가능한 모든 세상 중에서 가장 좋은 세상이다.” 우리는 가능한 다른 세계를 경험해보지 못했으며, 겪을 수도 없고 오늘이라는 시간은, 지금이라는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생각하여 본다. “도토리는 참나무가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미래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지금의 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Here I am’ 이라는 외침은 데카르트만의 것이 아닌, 나의 것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지금 여기서 더욱 많은 철학적 사유를 펼치기에는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필자처럼, 철학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배워보고 싶다면, 본서를 권하는 바이다. 물론, 이런저런 고민이 더해질 것이며, 이것을 이겨내고 나의 것으로 만들 때에는 역자의 말과 같은 일이 벌어지리라 본다. 그래서 여기에 역자의 마지막 글을 옮겨 적음으로 소개를 마치려 한다.
철학의 흐름에 몸을 맡겨 놓았다가 문득 스스로 발을 딛고 섰다고 느낄 때면 분명 철학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모든 독자들이 이 이야기철학교실에서 철학을 보게 되기를 바란다. 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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