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C. S. 에반즈 지음 (서울: 은성, 1992)
끝까지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두 달 정도를 읽어왔다. 종교와 철학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서 철학이란 대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듣게 되었던 종교철학 수업의 교재. 벌써 작년에 배웠던 책이었지만, 밑줄만 그어댄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에 처음부터 정독하였다. 물론, 책 전체가 교수님이 가르쳐주셨던 방향으로 집필된 것은 아니다. 책이 절판 되었으며 글의 제목에 달아놓은 것처럼, 1992년에 출판된, 더욱이 팔리지 않는 철학책이 말 다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각설하며 책의 구조를 설명하자면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구성은 다음과 같다.
1. 종교철학이란 무엇인가?
2. 유신론적 하나님: 자연신학의 과제
3. 신 존재에 관한 전통적인 논증들
4. 종교적 경험
5. 신의 특별한 활동: 계시와 기적
6. 유신론에 대한 반대들: 현대성, 과학, 역사
7. 종교 언어의 문제
8. 종교적 다원론과 개인의 신앙
한 학기의 교재로 사용하기엔 다소 분량이 적어 보이는 분류이다. 그러나 신 존재 증명 파트 부분에서만 네 개의 증명을 배운다. (존재론적, 목적론적, 우주론적, 도덕론적) 이것을 이해하는 것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함을 느꼈던 기억이 사뭇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배울 때에 가장 중요한 첫 부분은 기억에서 흔히 잊히기 쉬운데 종교에 대한 철학을 심도 있게 나누는 책으로써(과목이기도 하였다.) ‘제1장 종교철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내용은 천천히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또한, 5장의 내용은 조직신학과 겹치는 부분이어서 조금은 느슨하게 읽었으며, 8장의 내용 또한 종교학개론 시간에 배웠으며, 다원주의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공부하였기에 다소 여유롭게 읽었다. 이 중에서 필자가 조금이나마 소개하고자 하는 부분은 4장에서 다루어지는 종교적 경험과 7장에서 다루어지는 종교 언어의 문제를 나누고자 한다.
먼저, 종교적 경험이란 무엇인지를 책을 기준으로 하여 나눠보겠다. 종교적 경험의 유형들은 직접적인 것과 간접적인 것이 있다고 한다. 이를 쉽게 말하여 본다면, 특별계시와 같은 사건 또는 환상, 환청, 유체이탈 등이 해당 할 수 있으며 간접적인 경험들로는 개별 종교의 경전을 통한 지식의 습득, 간증이라고 불리는 다른 신앙인들의 경험담 등을 통하여서 습득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유형들을 좀 더 객관적인 입장으로 본다면 과연 종교적 경험은 진실한가라는 책의 내용처럼 질문이 나올 것이다. 과연 이것은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가? 결론은 그 종교를 느껴보아야 즉, 신앙을 갖고 체험을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책에서 주의를 요하고 있는 경험주의적 발언이 될 수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신앙은 결국 느껴봐야 아는 것 같다. 타종교에 대해서 아무리 떠들어 대봐도 직접 보는 것보다는 못하다. 그리고 보는 것이 해 보는 것보다 못하다. 즉, 생각에서 행동으로 이동되어서 얻어지는 성찰에 비하여 이론만 떠들어대는 것은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물론, 각 종교의 신학자들이 연구한 교리에 의거하여 각각의 신앙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미약하나마 혹은 희미하게 알 수 있는 것이리라. 이것은 바로 종교 언어의 문제로 이어진다.
종교 언어의 문제는 논리 실증주의의 도전, 플루(Flew)의 도전, 플루에 대한 반응들, 비트겐슈타인의 접근들, 토마스 아퀴나스의 유추 이론, 종교 언어의 다양한 기능들로 구성되어 있다. 자세한 설명을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나아간다면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종교 언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각각의 종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방해하는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서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라는 말을 타종교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또는 무신론자(이들을 다르게 본다면 무신론을 전하는 자들, 즉 또 다른 형태의 종교인이다.)들이 납득할 수 있는 말인지와 같은 문제에 봉착한다. 즉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를 말 그대로 듣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말하는 바는 그들의 경전인 성경을 통하여서 알 수 있기도 하며, 환청을 통하여서나, 환상을 통해서 또는 주위 사람들을 통하여서 말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객관적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평가를 내릴 수 없는 부분이다. (서평에서 다룰 분량이 아니기에 자세한 것은 적지 않았다.) 그 사람이 겪은 것이 정신적인 착란 현상인지 아니면 자신이 믿는바 확신하는 것을 그런 언어로 표현하는지조차 타인에게는 알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서 같은 종교라 할지라도 분파에 따라서(그 종파가 주요하게 있는 지역에 따라서) 언어의 용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즉, 철학에서 다루어지는 것처럼 사람에게 의미하는바 내용이 확연히 다른 언어가 사용되는 것이다.
위의 것을 정리하여 보자면 우리는 다원화 시대에 살고 있기에 너무나 다른 문화권에서 형성된 종교를 접하며, 그들의 종교 언어를 배우며, 그들의 종교적 경험을 듣는다. 즉, 우리가 Yes라고 알아듣는 것이 그들은 No라고 대답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다원화 시대에 필요한 자세를 종교철학을 통하여 미약하게나마 배울 수 있으리라 본다. 내가 최고라는 베타주의는 배격하면서 그렇다고 남의 것이 무조건 좋다는 사대주의를 제하여 버리는 것이다. 그리하여서 적어도 종교전쟁이라는 극단의 상황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으로써 타종교를 믿는 사람을 적대시 하는 것이 아닌, 한 인격체로 대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 종교철학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말로만 세계화 된 세계에서 살 것이 아닌, 너와 내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감정적 대립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인류애를 나누어야 할 것이며, 필자의 종교인 기독교의 언어로 표현한다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처럼, 내 이웃을 사랑해야 할 것이다.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인하여 천동설을 주장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종교인으로서의 삶을 원한다면 한번쯤 본서를 읽고 연구하여 보길 바란다. 그리하여서 종교를 바라보는 현시대의 다원화 상태를 통찰력 있게 분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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