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서적 리뷰

지거 쾨더, 성서의 그림들

읽고쓰고나누고 2025. 1. 2. 23:02

지거 쾨더, 성서의 그림들 지거 쾨더 그림 게르트투트 비드만 엮음 유명철·이호훈 옮김 (서울: 사자와어린양, 2024)

 

2025년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그알못’입니다. 그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림을 알지 못하는 그런 사람. 그럼에도 그림을 보면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가끔씩 마주하는 작품을 찍어올 때도 생겼습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를 나타냄에 있어서 이콘과 같은 역할을 감당하는 성화가 존재하는 이유겠지요.

 

그리스도교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성서는 매우 귀한 물건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성서의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해서 전달하고, 이를 해설하는 이도 존재했을 테고요. 이 전통이 남아 있는 곳이 또한 정교회의 모습이지 않을까요.

 

그 가운데 매우 유명하지만, ‘그알못’인 저에게 지거 쾨더의 작품을 감상하고, 해설을 덧붙인 책은 신세계적 아이템입니다. 성서의 언어를 그림의 언어로 표현하고, 작가의 삶과 신앙을 불어넣은 작품을 만나게 도와주는 책이고요.

 

신세계 하니까,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도 생각이 납니다. 연말이 되어 오랜만에 정주행을 완료한 세기말적 감성과 성서에서 차용된 배경들, 인생의 우울함도 담겨 있는 게 인상적이었지요.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책으로 와서 작품을 하나씩 보고, 느끼고, 설명하는 글들을 통해서 유앙겔리온에 다가가게 됩니다. 이 소식을 전하는 권서인이 되고 싶은 걸까요.

 

책을 읽어가면서 구약성서를 토대로 그린 그림에 대한 해석은 의도적으로 밑줄을 긋지 않았습니다. 다시금 읽을 때 감동을 유지하기 위해서요. 그러나 신약성서의 그림들에 대한 해석은 일부 옮겨왔습니다. 부디 복음에 대한 풍성한 이해를 갖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책표지에 있는 작품이 본문 속에서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해설과 더불어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함께 살아가는, 걸어가는 것이 신앙임을 배우게 되면서요.

 

세상 곳곳이 어수선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에반게리온'의 배경처럼 세기말적 모습입니다. 이런 때에 더더욱 그분의 모습이 그리워집니다. 책의 문장 하나를 옮기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작품은 눈으로 봐야 좋으니까요.

 

예수께서 인간의 몸으로 오신 이후, 그의 존재는 고통 속에서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밝게 빛나는 아침 햇살이 사람들에게 창조의 충만함을 나타내듯이, 모든 고통 속에서 주님이 우리와 연대하신다는 사실이 우리를 압도할 수 있기를 소원해 봅니다. 190쪽

 

양장본, 올컬러 도판,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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