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종교학

신학과 과학의 화해

읽고쓰고나누고 2024. 10. 17. 21:04

신학과 과학의 화해 낸시 머피 지음 김기현, 반성수 옮김 (서울: 죠이북스, 2021)

 
달디달고 달디단 성경, 그리고 얇디얇고 얇은 신학서. 과학도 달달할까요. 태생부터 문과생이라면 좀 힘들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현대를 살아가려면 알아야 하고 도움받아야 할 과학이기도 하고요.
 
압축적이지만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개론서 혹은 논문이라면 어떤 에티튜드를 갖게 할까요. 신학과 과학에 대해서 자알 모르는 이들을 위한 상냥한 책이라면요. 이번에 읽어본 책은 이 내용에 부합하리라 생각합니다. 에센스처럼, ‘급진적 종교 개혁파의 관점’이 가미되어 있고요.
 
다독가이자 다작하시는 김기현 목사님(교수님이기도 하십니다)과 신경외과 전문의 반성수 선생님께서 좋은 책을 번역해 주셨습니다. 여러 사람의 손길이 거쳐서 보다 더 쉽고도 정확한 번역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오도록 만든 씀씀이가 느껴지고요. 로고스 학교의 멋짐이랄까요.
 
요즘은 살아가는데 “모 아니면 도”와 같은 마인드를 만나기 쉽습니다. 조금 다르게 말하면 욜로(YOLO)족도 있었고요. 그래서인지, 신앙으로 바라보는 과학에 대한 관점도 중간이 없는 그런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아나뱁티스트의 시각에서, 급진적 개혁주의 방향으로, 신학과 과학의 관계를 바라보고 저자만의 독특한 글과 (비환원적 물리주의)사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아나뱁티스트가 무엇인지 그리고 비환원적 물리주의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책을 통해서 만나보라고 하시면 힘들어하실 테니 살짝 적어 보자면(전문가가 아님에 유의 바랍니다), ‘아나뱁티스트(Anabaptist)’는 급진적인(래디컬한) 제자들이라고 표현하면 좋겠습니다. 어떤 이들은 ‘재세례파’라고 부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이분들이 추구하는 평화주의도 인상적입니다. 다음으로 ‘비환적 물리주의’는 제가 더더욱 모르니 「한국조직신학논총」 2014년 38권, 38호. 37~42쪽 장신대 윤철호 교수님의 ‘비환원론적 물리주의 인간 이해 – 낸시 머피를 중심으로’의 초록 부분을 소개해 봅니다. “비환원론적 물리주의는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물리적이지만 모든 설명은 물리적 관점에서 주어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이해를 담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면 더욱 흥미롭지 않을까요.
 
철학과 신학 그리고 과학이 얽혀 있는, 인간의 두뇌 이해와 신경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였기에 종교철학 전문가인 김기현 목사님과 신경외과 전문의 반성수 선생님의 협업이 빛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책의 각 챕터 내용이 요약되는 글이기에 일목요연하게 들어옵니다.
 
책의 내용을 통해서 창조와 관련된 혹은 진화와 관련된 관점을 배워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구조를 통해서 설명하는 개념도는 좀 더 체계적인 공부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오래간만에 배움의 열정이 타오를 뻔했어요.
 
위에서 언급했던 ‘모’ 아니면 ‘도’의 세상에서 다른 길을 제시하고 보여줌이 이 책의 백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이가 모든 내용을 동의하진 못할 것입니다. 저 또한 그럴 테고요. 사람은 읽으면서 생각하고 동의하고 의문을 품고 반대하기도 하니까요.
 
모쪼록 좋은 글을 읽고 사유하고 나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때 신앙 안에서 과학을 바라보고, 품고, 나아가는 화해의 길에 들어설 수 있지 않을까요. 문송하지 않고, 너 T냐고 묻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표지가 그레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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