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종교학

단숨에 읽는 바울

읽고쓰고나누고 2023. 11. 8. 19:02

단숨에 읽는 바울 존 M. G. 바클레이 지음 (서울: 새물결플러스, 2018)

 

바알못(바하 말고, 바울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칭할 수밖에 없는 나를 돌아보면서, 대체 사도행전은 어떻게 읽었던 건지 통독은 어떻게 했던 건지 의문 아닌 의문을 가져본다. 바울신학 수업을 따로 듣지 못했기에 (당시에는 종교학 수업을 들어야만 했고, 후에 수업을 듣게 될 기회가 있으리라 믿었던 나에게 미안해지는 순간이지만, 적어도 로마서 관련 수업은 들었다) 신약의 개론적인 이해만 가진 게 아닐지, 열심히 독서하던 내가 기억난다.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그리고 성서를 읽는 모든 이들에게 주어진 신약성경, 정경화 과정을 거치면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바울의 서신들은(신약학자에 따라서 그 양은 다르겠지만) 읽기에도 많지만 각각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기에도 그만큼 노력이 필요하다. 특별히, 서신을 썼다고 생각하는 사도 바울에 대해서 2천 년의 간극을 두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서신서를 이해하려면 얼마나 더 어려울지. 이런 가운데에서 얇지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부족하지 않은 시간을 만들어 주려고 바클레이가 좋은 책을 낸 것이었고, 우리에게 역서로도 왔고 그걸 늦게 나는 늦게 봤을 뿐이다.

 

10장으로 구성된 사도 바울에 관한 간략하지만, 확실히 알아야 할 것들이 담긴 책이다.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에 서 있는 바울이면서 사도들과의 관계에서 바라볼 수 있는 바울, 그리고 서신서의 저자이기도 했던 열심히 특심이었던 바울. 이 바울을 알지 못하면 그리스도교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바울은 쉽게 자기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다. 다만, 성서에 남아 있는 그의 글들을 통해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고 헌신했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을 뿐.

 

단편적인 모습일지라도 바울은 알아야만 하는, 그리스도교를 지역의 한 분파에서 끝내지 않고 세계적인 종교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만든 어쩌면 제2의 창시자와 같은 사람임을 기억하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면 어떨까.

 

바울의 편지들은 그가 선교 계획을 짜고, 새 교회들을 세우며, 그 교회들이 자라나는 것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면서 추진한 그의 선교 및 그 네트워크가 남긴 잔여물(residue)이다.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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