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채현국 김주완 기록 (창원: 피플파워, 2015)
‘어린이’ 말고 ‘어른이’들이 많은 요즘, ‘어른’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삶이 되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할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어요. 다른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만, 나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뚝심이 있길 원했고, 그럼에도 주변인들에게 배려심 있는 사람이기를 바라는 욕심이랄까요. 나이 들어서 짐이 되고 싶지 않았거든요.
대충 10년 전에 보게 되었던 고 채현국 어른의 문장들은 충격 그 자체(요즘 표현으론 잡채)였습니다. 그때에는 아직 젊은이라고 불릴 나이였기 때문에 ‘그저 대단한 분이구나’ 생각했을 겁니다.
그로부터 대충 10년이 지나고 나니, 어느덧 아이들도 태어났고, 자라고 있고(내 뱃살은 그만 자라고), 한 분씩 제가 아는 유명인들이 유명을 달리하셨어요. 제 학창 시절을 이끌어주셨던 교수님들도 많이 은퇴하시고요. 그래서 더 갑자기 마주친 <풍운아 채현국>이라는 책은 저에게 읽으라고 외쳤나 봅니다.
자신의 표현을 가감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듣고 인터뷰한 내용을 옮겨 적은 김주완 기자는 글에 담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직접 느끼고 배우셨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이 부채감으로 다가와서 책으로 엮어져 나오고 결국에는 저에게도 오게 된 것이리라 믿고요.
좀 덜 치사하고, 덜 비겁하고, 정말 남 기죽이거나 남 깔아뭉개는 짓 안 하고, 남 해코지 안 하고…. 그것만 하고 살아도 인생은 살 만 하지. 119쪽
다양한 가치가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회,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는 계산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156쪽
서울대 철학과의 깡패 같아 보였다던 채 선생님은, 철학을 삶으로 펼쳐냈던 분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어려운 말로 쓰는 게 아니라, 자기 삶으로 보여주는 실천 철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갖추어지고 단단해진 것들을 부숴서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길 원하셨던 것처럼 느껴지고요.
과연, 어른이 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어른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풍운아 혹은 깡패 혹은 어떤 단어를 붙여놔도 어울렸던 선생의 삶이 더더욱 그리워지는 밤이기도 합니다.
참, 책도 좋아하시던 분이라서 정감이 갑니다.
덧: 자신보다 어려도 나이가 많아도 친해질 수 있고,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뚝심 있게 살았던 삶이 왠지 더 그분을 닮아 보이기도 하네요. 그래서 다음의 문장에서 더 마음이 아파졌습니다. 목사를 친구로 두고, 그의 글이 좋다고 책 선물을 기록한 이에게 전하는 분이셨기에 말이지요.
신이 없다는 건 내가 모릅니다. 신이 있지 않다는 건 좀 압니다. 신이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사람도 못 믿고 함께 잘 못살면서 보이지도 않는 신을 자꾸 추켜세워 믿게 하는 것은 결국 조직의 힘을 노리고 돈 낚는 기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1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