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빛 사이 앤드 지음 (서울: 앤드워즈, 2020)
아내가 선물로 받은 책을 당겨서 읽는다. 책은 본인에게 다가오는 시기가 되어야 읽게 되는 걸 알기에, 책이 나를 부를 때까지 기다림이 맞다. 나를 불러온 책을 읽는다.
빛과 빛 사이라는 제목이 갖는 느낌처럼, 책은 새하얀 바탕의 겉표지를 통해서 말을 걸어온다. 나는 하얗게 될 수 없지만, 그분이 새하얗게 만들어주심을 나타낸달까. 나로서는 불가능하지만, 그분으로서는 가능한 일이 떠오르게 한다.
물론, 저자가 말해주는 제목에 대한 해설이 담겨 있는 꼭지가 있다. 그건 스포하지 않을 생각이니 읽어보시면 좋겠다 :)
모쪼록 묵상이 담긴 노트를 한 장씩 넘기며 바라보면 짧은 호흡과 긴 호흡이 순서대로 나올 때도 있고, 혹은 긴 문장만 지속적으로 만날 수도 있다. 기다랗게 써야 하는, 철저하게 논리적으로 써야만 하는 논문이 아니기에 수필처럼 편안하게 그러나 신앙함을 돌아보게 만드는 고백들을 만나게 된다.
후우카 김 작가의 문장이 떠오르기도 하고, 정우향 교수의 문장도 생각나고, 때로는 수도사가 떠오르는 문장이랄까. 다채롭지만 간결함을 느낀다.
천국은 나를 버리는 곳이고 지옥은 나를 섬기는 곳이다. 125쪽
천국과 지옥은 죽음 후에만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도 가능함을 떠올려본다. 나밖에 모르는 이들만 존재하는 세상이 된다면, 그게 지옥이 아닐까 싶은.
책은 천천히 음미하듯 한 장씩 혹은 몇 개의 글을 나눠 읽기에 좋다. 하루 만에 다 읽으면 아마 시집처럼 머리가 후끈 달아오르지 않을까 싶은.
작가의 필명처럼, 앤드는 ‘사이에’ 존재하니 나도 글과 사람을 잇는 중간계의 사람으로 뿅!
※ 출판사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느라 살짝 고생했습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