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적 약자 정우향 지음 (고양, 나무위의책, 2022)
어느 책이라도 세 번 읽으면 다르게 보인다고 한다(그런데 성서는 일독도 힘들다). 책이 좋더라도 글이 좋더라도 쉽게 하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재독을 넘어 삼독이 아닐까. 그러나 나에게는 이 책은 스르륵 읽어지고 어느덧 삼독이 되었다.
요즈음 들어서 언어에 대해서, 텍스트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쏟아 부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자체 분석을 해본다. 그런 것 같다.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였으리라.
그저 글을 통해서, 그리고 말을 함으로서 사람과 사람 간의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요즘 젊은 친구들은 숏폼 콘텐츠에 빠져서 지낸다. 그리고 장문의 글을 읽고서 상상의 나래에 빠지거나 고민하고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스턴트 메시지처럼 바로 읽고 답이 나오는 것을 원한다. 마치 컴퓨터의 연산이 사람에게 보이기에는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 기술의 발달이 주는 단점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이 책의 저자이신 정우향 교수님의 진단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언어를 공부하면 마주하게 된다는 바흐친(책에서는 바흐찐으로 표기)을 만나며 언어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된다. 과연 우리는 의사소통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한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우리의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은 의사소통 실패의 사건들로 점철되어 있고 국가 간의 의사소통, 이익집단 간의 의사소통의 실패는 크고 작은 폭력과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 11쪽
요즘 들려오는 소식들을 보며 위의 문장을 통해서 씁쓸함을 느껴 본다. 국제 및 국내 정치에서의 안타까운 모습들이 결국에는 폭력과 갈등을 초래하고 있음을 목도한다. 나아지기를 바라는 바이다. 이것이 가능케 되는 것은 아래와 같은 것이 아닐까.
어쩌면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기술보다 필요한 것은 ‘평범한 진리일지라도’ 상대방을 향한 마음 그 자체이다. 62쪽
그리고 이것이 될 때에 보다 더 완전에 근접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 문장에도 동의하게 된다.
완벽한 소통이라는 게 있겠는가. 단지 우리는 대화 후에 조금이나마 서로가 마음 따뜻해질 수 있는 소통에 ‘근접’하도록 부단히 노력할 뿐이다. 74쪽
이외에도 생각해볼 부분들이 가득 담겨 있는 이 책은 한번 읽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다시금 읽어본다면 바흐찐과 그리고 저자와 소통이 가능해지는 길이 아닐까.
언어에 대해서 돌아보기를 원한다면 읽어보시길 추천하여 드리며
[이 책의 첫 독자라 말씀 해주신 정 교수님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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