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예전에 다 보았다는 책, 오두막을 이제야 읽어보았다. 굼뜬 것은 아닌데 삶이 팍팍해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살아내려고 우선순위를 뒤로 밀어놓았던 것일까 궁금해진다. 결국 사람만이, 사랑만이 남을 텐데 말이다. 조금 더 사랑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들을 읽으려고 노력해야겠다. 그러면 더욱 더 사랑 넘치는 사람이 될 테니까
하지만 이전까지의 나는 무언가 무덤덤한 남자였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면서부터 ‘시나브로’라는 단어가 어울리도록 변해버린 나를 보게 된다. 예전에는 그저 안타까움만을 느꼈던 아동관련 NGO단체들의 짤막한 TV광고를 보면서 감정이입이 깊어진다. 그리곤 집에서 신나게 놀고 있을 아이들이 떠오른다. 어느 샌가 뜨거운 눈물이 흐르려고 하는 나를 보면서 벌써 갱년기인가 싶기도 하다. 아직 불혹의 나이도 아닌데 너무 앞서서 생각한 것 같다.
물론, 남자라고 감수성과 감정이입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전통 한국 사회에서의 아버지상은 과묵하면서도 지치지 말아야 하는 존재라고 페르소나를 쓰도록 만들었다. 아빠들도 힘들고 지치는 사람인데 말이다. 단지, 겉으로 표현을 잘 안하려고 노력하는 것뿐이다. 그래도 한걸음씩 앞으로 전진해나가는 가장이기에 묵묵히 걸어간다.
다시금 책을 펼치면 주인공 맥의 인생을 나와 겹쳐서 읽게 된다.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삶에서 나타났던 여러 가지 아픔과 분노, 절망, 고통, 그리고 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맥이 등장한다. 스스로를 용납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순간이었을까.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그 누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순간이었음을 인정하기까지 굴곡진 삶을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 내 몸이 어떻게 되더라도 자녀만큼은 내 가족만큼은 지키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런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자녀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은 시나브로 행복을 빼앗아간다. 아니, 미래의 희망을 손 놓게 만드는 것이라고 해야겠다. 만약에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는 픽션이지만, 내가 그런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견뎌낼 수 있을까. 아무 것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내가 되지 않을까.
“익숙함에 속아 XX를 잃지 말자”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했었다. SNS상에서도 사용되었고, 메신저의 프로필에도 많이 볼 수 있었던 문장이다. 느지막이 나도 이 문장에다가 소중하고 고맙다는 마음을 담아서 말하고 싶다. 함께 있어줘서 고맙다고 말이다. 가슴에 담아두고 있다가 정작 이 한마디 못 하고 이별을 하게 된다면 너무 서러울 테니까 말이다.
만약이라는 단어가 붙는 상황은 벌어지면 안 된다.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그 때에 우리는 통상 해피엔딩이라고 하는 것을 만나게 된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계속 성장할 것이고 그리곤 때가 되면 품을 떠나서 가정을 꾸릴 확률이 크다. 그날까지는 그저 건강하게만 지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이든 잘 하면 좋겠지만(천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재이기를 바라는 욕심 한 스푼), 굳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부모의 마음이랄까
아이들은 오늘도 성장한다. 그리고 매일 꿈을 꾼다. 나는 매일 개인의 종말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매일 기억한다. 메멘토 모리. 언젠가는 더 이상 지켜볼 수 없고 도와줄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 때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바로 지금 이 순간,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문장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존재에 대한 고마움, 바로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그렇다. 소설에서도 보여주는 것처럼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럽기에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꿈만 같은 이 시간이 인셉션의 시간처럼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이루어지긴 어렵겠지만 말해보련다.
“그대로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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