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려 본 슬픔 C. S. 루이스 지음 (서울: 홍성사, 2004)
슬픔을 헤아려 볼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어느 정도의 사람일까. 본서의 저자는 자신의 슬픔을 헤아려 보았다. 그저 자기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사랑하던 사람과의 사별 그리고 고통과 적막함을 표현한다. 외로움을 표현한다. 분노를 표현한다. 인생이 추구하는 것들은 결국 카드로 만든 집과 같다고 표현하는 루이스의 글에서 삶을 돌이켜 본다. 디트리히 본회퍼처럼,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 살 수 있을까. 본서는 총 4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이 하나의 흐름을 보여준다. 가장 처음 등장하는 문장부터 필자를 압도하고도 남았었다.
슬픔이 마치 두려움과도 같은 느낌이라도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다. 19p.
슬픔이 나를 삼켜버릴 것만 같은 느낌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물론, 우리는 어딘가 안에 속하여 있다. 사회라는 유기체적인 공동체 안에 속해있기도 하며, 이 세상이라 불리는 지구에 속해 있다. 더 나아가서는 3차원적 공간인 이 세계에 속해 있으며, 항상 현재라는 시점 속에서만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더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 슬픔 그 자체 안에 갇혀있는 것은 아닌지 라고 묻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것이 본서의 첫마디였다.
처음 그 기운을 알아차릴 때면 이미 한참 지난 후인 것이다 90p.
또한 위처럼, 우리가 무엇인가를 깨닫는 순간은 어떠한 사건이 벌어진 바로 지금이 아니라 어느 후라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느끼지도 못했던 아픔이, 시나브로 다가옴을 말하는 것이다. 어린아이였을 때에는 자기가 사랑하던 애완동물이 죽거나 가족 혹은 친구가 떠나버릴 때에 느껴지던 것이 조금 후에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것이 그나마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자신의 삶이 투과되던 피사체(상대방)가 사라지면 우리의 존재감은 더욱 약해져버린다. 이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아픔이 아닐까. 이에 대한 직선적인 만남을 가졌던 것이 본서의 저자였음에 틀림없다. 자기 인생의 후반에 만났던 반려자를 사별하면서 느꼈던 모든 것들을 다 표현할 수는 없었겠지만, 우리에게 그나마 나누어준 것이 본서이다.
인간은 자신이 보고 느낀 바를 표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이 경험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혹은 과장되게 하며, 혹은 축소해서 말한다. 그러나 본서의 저자는 자신의 삶이 겪었던 아픔을, 문제를 세밀하면서도 다가갈 수 있도록 그려내고 있다. 뛰어난 작가이기에 가능하였으리라. 그러나 이 모든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크리스천도 아파한다. 마음이 무너지고 삶이 흔들리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가 슬픔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것을 숨기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자신의 치부라고 느낄 수도 있었던 경험을 표현한 루이스에게 경의를 표할 뿐이다. 인생의 인이라는 글자를 필자도 다 쓰지 못했다고 본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기에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본서를 추천하는 바이다. 인생의 항로에서 만날 수 있는 경우의 수중 하나이며, 치열한 삶의 방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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