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얀시, 은혜를 찾아서 길을 떠나다 필립 얀시 지음 (서울: 청림출판, 2010)
은혜 받았다는 말을 우리는 교회에서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정작 구도자가 은혜 받았다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를 주저하거나 또는 예배를 드리면 은혜 받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은혜는 우리가 예배를 드리면 무조건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커다란지를 우리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그렇기에 삶의 자리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의 모습으로나마 그 은혜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받을 수 없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내려주시는 것이 은혜라고 해야 할까. 오늘 소개할 서적은 기자로서 은혜의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인터뷰 했던 사람들과의 기록들과 그가 초청받은 자리에서 강연했던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 책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에게는 은혜라고는 보이지 않을 장소에서 은혜를 발견하는 것이다.
버지니아 공대로부터 시작해서 인도 뭄바이의 불가촉천민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은혜를 입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무엇인지를 나누는 서적이 오늘, 조금이나마 살펴볼 책인 것이다. 그 구조는 다음과 같다.
1장 버지니아 공대 : 캠퍼스에 울린 총성
2장 중국 : 마오쩌둥은 실패하고 예수는 성공하다
3장 그린레이크 : 가족에게조차 버림받은 여성들
4장 케임브리지 : C. S. 루이스를 기리며
5장 신학교 : 밀폐된 온실 속의 삶
6장 남아프리카공화국 : 믿기 힘든 기적의 나라
7장 멤피스 : 교회, 정치의 대안이 되다
8장 중동 : 목숨을 걸고 그리스도를 따르다
9장 시카고 : 중독된 삶의 슬픔
10장 뭄바이 : 신도 버린 사람들, 신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
앞뒤에 있는 서문이나 에필로그를 제외하였을 때,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故조승희씨에 의해서 희생당한 사람들의 가족들, 문화대혁명 아래에서 살아남은 가정교회 교우들, 창녀라는 가장 비천한 직업 하에 앉아있는 여성들, 엘리트들에게 따돌림을 당할지언정 복음을 위해 노력했던 한 문필가, 신학교라는 곳에서 삶의 자리를 갇혀 지내는 학생들, 자신들을 무시하고 억압하며 죽이려했던 백인들이 믿던 기독교를 따르는 남아공 흑인들, 미국이라는 나라 아래서 억압을 이겨내고 새로운 물결을 그려내는 흑인 및 이주민들, 모래 속으로 살아져버린 기독교의 옛나라에서 그 신앙을 지켜오는 절대 소수들, 중독자라는 삶에서 끝까지 신앙으로 돌아서려는 이들, 그리고 민족에게까지 차별을 받더라도 그 옛날 로마에서처럼 신앙을 지켜가는 언터쳐블이 등장한다.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하나님은 자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십니다. 85p.
위의 말이 은혜를 대변한다고 본다. 정말로 하나님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시는 것이 은혜이다. 정말 받을 수 없는 위치에서, 자리에서, 모습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하나님을 구하며 그분의 선하심을 찬양하는 자들이 있는 곳이 가장 낮은 자리이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 자리로 가신다. 그들을 맞아주시며 안아주신다. 그들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시며 위로해주신다.
긍휼이란 라틴어로 ‘함께 아파하다’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아파하는 사람들 편입니다. 41p.
긍휼의 하나님, 긍휼히 여기는 자는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이라는 성서의 말씀처럼, 은혜를 입는다. 주의 긍휼로 말미암아, 은혜로 말미암아 입는다. 500데나리온 빚졌던 자가 50데나리온 빚졌던 사람보다 탕감 해줄 때 더 크게 감사하는 것처럼, 지극히 낮은 자들은 그리스도의 함께 하심으로 말미암아 은혜를 체험함에 있어서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낮고 낮은 자리에 있지 아니하기에, 어떠한 표현으로도 그들을 느낄 수 없다. 그들이 어떠한 고통을 겪어왔는지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의 모습으로 오셔서 그 삶의 자리를 경험하여 보셨기에 아신다. 직접 겪어봄으로 인간의 아픔을 아신다.
결국, 긍휼이 은혜의 표현인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에 목마르다면, 대체 하나님이 계시긴 하신지 궁금하다면 본서를 읽어보길 바란다. 그래서 거기에서 만나주셨던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도 함께 하시기를 소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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