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또 다른 나 배준표 지음 (서울: 작은씨앗, 2007)
심리적 불안감을 넘어선 정신질환은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과제로써 읽게 되었던 배준표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삶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해보게 되었다. 이것이 심리 치유 에세이가 아니라면, 마치 소설과도 같은 충격이랄까. 주제 사라마구나 코맥 맥카시의 소설과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 침울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자유로움, 다시금 시작되는 미래에의 밝음이 느껴진 것이다.
정엽이 부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노래 가사처럼, 자신의 아픈 기억을 모두 털어내어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본서의 지은이처럼, 가정에서의 뼈아픈 기억은 뭐랄까 충격적인 것이 때문이다. 나 또한 IMF 때문에 고생하셨던 부모님을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으며, 나 스스로가 용돈을 마련하려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저자는 그 수준을 넘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개척 정신을 보여준다. 자신의 새어머니에게 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어려서의 모습, 그리고 자신의 친어머니에게는 말로 할 수 없는 배신감과 절망을 느끼며, 자기최면과 같은 생각으로 인해 정신질환까지 걸렸던 저자에게 감히 뭐라 할 수 있을까. 그런 자기 자신과 동생들 때문에 벙어리 신세가 되어버린 할머니를 보면 더욱 더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자살 시도로까지 이어졌던 그 자신의 삶의 모순에서의 스스로의 재활은 새롭게 다가왔다. 정신질환이라고 하면 무조건적인 병원 치료나 신비주의적인 방법만을 찾던 우리에게는 다른 것이었다. 자기 자신의 내면의 밑바닥까지 살피며 나아가던 저자는 자기 자신 안에 있는 또 다른 진짜 자아에게 위로를 전했으며 치유해 나갔다. 특히, 세계를 꿈꾸며 나아가는 모습에서의 당당함은 뭐랄까. 말로 표현하기에 어렵다고 느껴진다.
그런 그가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간직한 카리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여인을 만나서 첫사랑을 키우고 결국에는 결혼에 골인하여 아이를 잉태한 모습으로 끝나는 에필로그를 읽을 때에는 앞에서 말했던 작가들의 느낌을 갖게 만든다. 철저한 아픔과 시련을 딛고 일어서서 작지만, 커다란 희망을 부여하는 모습에서 말이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라는 말을 하던 어느 영화의 주인공과는 반대로, 삶에 있어서 개척해 나가며, 선택을 통하여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해 나가는 모습은 인간의 한계는 아직 멀었음을 느끼게 만든다. 지은이가 나누어 놓은 책의 1,2부의 제목은 적절하였다. 자신의 삶에 있어서 잃어버렸던 자아를 찾음과 동시에 사랑을 찾아 나서는 여정으로 보이기 때문이었다. 과연 지금의 시점에서 나는 어떠한가. 자아를 찾고 난 뒤에 사랑을 찾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본다. 저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함을 말한다. 다소 진보적일 수 있겠으나, 그 삶의 자세는 본받을만하다. 신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자신의 기도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신은 이미 응답에 있어서 자연으로 응답하고 있었음을 발견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감상문을 쓰고 있는 필자 또한 신학을 전공하는 사람이기에 신에 대한 부분을 좀 더 유심히 읽으며, 동의하기도 하며, 때로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음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서를 통하여 느낀 것은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내 자신을 알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나를 알고 남을 이해하며, 신(하나님)의 뜻을 좇는다면 바른 길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반대로의 방향으로 나아가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금 기억케 해주는 본서를 통하여서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게 되기를 원한다면 천천히 읽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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