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로그 선언 이어령 지음 (서울: 생각의 나무, 2006)
이어령 선생의 글을 평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서평이라는 것을 쓴다는 것조차도 어려울 정도의 스승을 평한다는 것은 바보스럽다고 느껴지니 말이다. 천재라고 불리는 작가의 글, 디지털과 아날로그라는 감성을 더하여서 만들어지는 언어, 가장 한국인에게 어울리는 용어를 주창하는 본서의 글은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무엇하나 꼬집어서 어느 부분이 특별히 더 좋았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해야 할까. 본서는 앞마당과 뒷마당이라는 분류로 구성되어 있다. 앞에는 서론 부분과 결론 부분의 두 가지 글에 더불어서 일곱 편의 글이 실려 있으며, 뒷마당에는 앞의 글들에서 인용하였던 내용 중에서 흥미로운 부분들을 더욱 자세히 다루고 있다. 마치, 인터넷의 하이퍼링크를 누른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이다. 그리고 독특하게도 시대를 앞서서 핸드폰으로 읽을 수 있는 컬러 짚(Color Zip)이라는 핫 코드를 사용한 진정한 의미의 디지로그 북이다.
특히, 본서에서 인상이 깊었던 것은 한국인의 문화를 음식과 연관해서, 아니 전 세계인의 문화를 음식과 연관해서 본 것이다. 먹는다는 것의 의미가 어떻게 사람들의 뇌리 속에 남아서 그들의 문화를 만들어가며,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사고의 틀이 달라지게끔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레비스트로스는 언어에 따른 차이를 부각시켜서 문화를 다룬 인류학자라면, 이어령 선생은 한국인의 것이 세계적인 것으로써 더욱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국학자라고 무방할 내용이었다. 디지털의 정확하지만 차가운 느낌과 아날로그의 두루뭉술하지만 따듯한 느낌을 더하는 것은 한국인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논증해 나간다. 본서가 나온 지 벌써 5년이 흘러간 시점에서 읽는 느낌은 디지로그라는 용어가 이미 사용되고 있음을 느끼면서 더욱 새로웠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기술과 그 문화적 차이가 무엇인지 정의부터 하려 들지 말자. 디지로그의 뉴파워가 무엇인지 성급하게 물으려 하지도 말자. 인생은 무엇인가라고 정의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문학은 무엇인가 정의를 해놓고 시를 쓰고 소설을 쓰는 사람은 없다. 아날로그도 디지털도 디지로그도 말로 정의하기보다는 음식처럼 직접 씹어 먹으라고 권하고 싶다. 154p.
위와 같은 본서의 주장처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삶을 살아간다. 무엇이 진리인지 모르며 살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경험하면서 배워가고 있는 것이다. 하나하나 더해감으로써 진리를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인간의 모습이 아닌가. 다행히도 인간은 자신의 나약함을 안다. 강하다고 하지만, 안다고 하지만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인간의 모순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날마다 발전해나가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첨단정보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인간으로서는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힘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사회일까. 개인의 심연일까. 아니면 그 무언가 다른 것일까. 저자는 그 답을 찾았다. 그의 후기의 다른 저서에서 발견할 수 있으리라 본다. 진정 지식을 추구하며, 앎을 좇는 사람들은 발견하게 되는 그 무엇이 있다. 신앙에의 발견이 그러하다. 그래서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책 또한 읽기에 좋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책읽기에 같이 도전해보자. 저자처럼 진정으로 앎을 추구하고 삶을 윤택하게 하고 싶다면 말이다. 그의 풍부한 문체를 느끼고 싶다면 지금 본서를 읽어보길 권하는 바이다. 역시, 百聞이 不如一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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