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자로 신학하기 구미정 지음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7)
신학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은 신학을 하는 자의 평생의 질문일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서 필자는 여러 종류의 신학입문 서적을 탐독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각각의 신학자들이 말하고 있는 “신학이란 이런 것이다.”를 듣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던 중에 오늘은 여성 신학자인 정확히 말하자면, 생태여성주의를 주창하는 구미정 교수의 글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서두에서 밝히다시피, 월간 「기독교사상」에 기고하였던 글을 취합하며, 수정하여서 나오게 된 작품이다. 우리나라 말 글자 하나하나에 의미가 깃들어있다는 것을 우리는 놓치며 산다. 그러나 본서의 저자는 섬세한 관찰의 결과로써 그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여낸다. ‘정, 통, 줄, 달, 물, 몸, 길, 살, 색, 문, 신, 공’이라는 주제의 신학 글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철학과를 졸업하였기에, 가지각색의 다채로운 종교의 컬러를 입힐 줄 알고, 소설과 시 같은 문학을 즐기며, 무엇에서든지 하나님의 뜻을 뽑아낼 줄 아는 신학자처럼 보였다. 하물며 젊디젊은 이 신학자에게 정용섭 교수가 침이 튀길 정도의 추천을 한다는 것이 극단적으로 보일 정도이니 말이다.
다소 진보적이라 불리는 「기독교사상」에, 거기에 더하여서 여성신학자로서, 설교비평에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는 학자에게 칭찬을 받은 사람이라서 진보적일지라도 유쾌하게, 색다른 맛의 글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녀가 바라보는 이 세계는 어떠한지 조금이나마 맛을 보도록 하자.
도시는 하나님과 이웃과 땅에 대한 결속을 스스로 끊어버린 인간에게서 나와서, 그러한 분리와 단절을 재생산하며 존속한다. 50p.
바벨론이라는 고대 도시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성경적이며 우리가 미처 바라보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인이 세운 이 도시는 죄악 된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 위해서, 도피하기 위해서 세워졌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그의 자손은 더욱 큰 행악을 보여주며 정당화하였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세운 도시에서 일어난 일이며,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키는 모습인 것이다. 어쩌면, 현재의 도시인들의 모습을 예언자적인 형태로서 나타낸 것이 아닐까? 바로 이러한 실수를 우리는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잘못 행하였던 것이 좋아보여서 하고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지양해야할 인본주의가 아닐까? 본서의 저자는 박노해의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자주 인용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이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다. 1998년에 박노해의 책은 발간되었다. 그러나 1997년을 되돌아보면 바로 사람에 의해서, 몇 정치인 및 경제인에 의해서 촉발된 경제 사태로 인해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즉, 사람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희망일 수 있을까? 진정한 희망은 사람이 아니다.
오늘 풀지 못한 어제의 숙제는 내일의 부채가 되어 역사의 진행을 가로 막을 것이다. 170p.
사장이 되고, 의사가 되고, 목사가 되고, 노동자가 되고, 환자가 되고, 평신도가 되기는 쉽지만, 사람이 되기는 무지 어렵다. 208p.
하나님을 찾지 않고서는, 하나님을 내 안에 모시지 않고서는 참 나로 살 수가 없는 법이다. 222p.
바로 마지막 인용구처럼, 하나님을 찾은 사람만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오늘 풀지 못한 어제의 숙제가 우리를 힘들게 할 것이고, 진정한 사람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참 사람이셨던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지 못한다면, 우리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우리는 언제나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다. JEDP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모세의 저작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 안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있느냐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상대방을 정죄하기에 급급했던 바리새인이 아니라 세리와 창녀의 친구이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그 넉넉한 사랑을 닮아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마음을 갖기 원하는 단단한 음식을 씹어 먹을 수 있다면, 본서를 읽어보길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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