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움북스 6

슬픔은 오랜 시간 건조된 땅콩처럼 부서져 내리고

슬픔은 오랜 시간 건조된 땅콩처럼 부서져 내리고 차빛나 지음 (서울: 세움북스, 2024) 간만에 시집을 샀었고, 또 읽었다. 천천히 읽어 내려가도 마음이 복잡해지거나 생각이 많아지는 시집 속에서 무슨 시를 떠올리며 생각을 더 하게 될지 궁금했다. 담아왔던 시집은, 북토크 현장에서 판매되었던 특판이었다. 싱어송라이터의 시집이라니. 시에다가 멜로디를 얹으면 노래가 될 수 있기에, 시는 음악을 담고 있는 가사다. 사랑을 담고 있는 가사다. 책 표지는 우레탄 마감이라서, 까끌까끌한 느낌에서 콩깍지가 생각났다. 그 안에 담긴 콩이라는 알맹이, 한 알의 콩이 성장해 가는 이야기가 담긴 시집. 그 콩은 조그마한 어린아이가 날마다 지혜와 키가 자라났던 것처럼, 무수한 햇빛과 어두움, 따스함과 서글픈 빗방울을 머금은 ..

시, 소설, 산문 2025.01.25

교회가 작다고 사랑이 작진 않아

교회가 작다고 사랑이 작진 않아 김종원 지음 (서울: 세움북스, 2024) 기차를 타고 내려오는 길, 책을 펼쳤습니다. 멈추지 않고 계속 읽어 내려가고 싶은 이야기들 속에서 간신히 멈추고 열차에서 내렸습니다. 어느 분은 읽다가 웃었다고 합니다. 또, 어떤 분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도 책의 여러 대목에서 멈췄습니다. 책 자체는 술술 읽어지도록 편집되어 있습니다. 문장 자체에서 꾸밈이 아닌 진심을 담아냈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빨리 읽을 수 있으나 일부러 끊어서 읽고 싶었던 책이기도 합니다. 엄청나게 많은 물적 자원과 인적 자원을 통한 사랑의 전함이 아니라 추어탕 목회를 실천하는 목회자의 사랑이 담긴 교회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저자 목사님을 전혀 모릅니다. 그럼에도 ..

땅에서 하늘을 산 사람들

땅에서 하늘을 산 사람들 배덕만 지음 (서울: 세움북스, 2023) 교회가 이 땅 위에 세움을 받고 난 뒤에 많은 성도가 그곳에서 살아냈고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내가 믿고 자란 교회의 토양에서 주목하는 역사의 증인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나와 조금은 다른 이들을 알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읽으며 은혜롭고 이해를 돕는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요. 이 책은 12장에 걸쳐서 한국교회 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로교(혹은 개혁주의)의 인물을 만나는 게 아니라 고대와 중세의 교부와 성인, 그리고 개혁가들과 다양한 교파의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한국의 주류가 아닌 타자를 이해하도록 돕는다고 써볼 수 있을까요. 그나마 저는 신학에 관심을 두고 있었기에 성 안토니우스, 요한네스 크리소스..

신학, 종교학 2024.03.12

심겨진 곳에서 피어나라

심겨진 곳에서 피어나라 윤상희 지음 (서울: 세움북스, 2021) 여성 작가의 글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어딘지 모를 세심함과 따스함이 묻어나는 문장 때문일까. 그렇다고 남성 작가의 글을 싫어하는 것은 아님을 이해해주시길! 내가 사는 지역에 거주하는 작가라고 하셔서 더욱 반가웠던 것은 안 비밀이라고 하고 싶다. 같은 땅을 살아가기에 거기에서 묻어날 편안함을 기대하게 되었으니까. 각자가 위치하고 있는 삶의 자리에서 살아내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현하기 위해, ‘심겨진 곳에서 피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함을 안다. 배운다. 느낀다. 그렇게 살아간다. 자신의 가족이 오픈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것임을 보게 된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싶어도 할 수 밖에 없음을 보게 되지만, 그럼에도 웃음..

인문학으로 기독교 톺아보기

인문학으로 기독교 톺아보기 이수환 지음 (서울: 세움북스, 2020) 쉽지 않은 단어가 세 개나 조합이 되어 있다. ‘기독교’, ‘인문학’, ‘톺아보기’. 대체 이 조합으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게 만드는 그런 제목이기도 하다.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기독교 개론 수업 시간의 교재인가 싶기도 한 그런 느낌. 그런데 책을 열어보면 이것은 교양 필수로 채플처럼 들어야만 하는 과목의 주교재라기보다는 뭔가 다르다. 일단,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게 일반적인 교재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 또 다른 특이점은 성경구절에 대한 인용이 엄청 많다. ‘톺아보기’라는 단어의 뜻처럼, 샅샅이 찾아보는 느낌적인 느낌임을 엿보게 해주는 것 같다. 겉표지와 장별 표지는 매우 세련된 디자인을 느..

신학, 종교학 2022.08.10

지하실에서 온 편지

지하실에서 온 편지 제행신 지음 (서울: 세움북스, 2021) 이 책의 제목만 보면 왠지 지하층에서 예배드리는 대도시의 교회가 떠올랐다. 그러나 조금씩 그 내용을 읽어나가기 시작하면 지하실이 그 지하라는 장소와는 다른 곳임을 알게 된다. 그래도 지하는 나에게는 왠지 피하고픈 장소처럼 느껴지고 여겨진다. 반지하의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하 교회에서 예배했던 신앙의 선배도 아닌데 왜 반감을 갖는 것일까. 지하 세계가 연상되기에 그런 것일까. 오히려 겨울에는 따스하고 여름에는 서늘함을 줄 수 있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선입견은 갖는 것은 아닐까. 조금 마음을 가다듬고 책을 살펴본다. 저자이신 제 사모님은 내가 바라보는 것과는 다르게 이 지하실을 통해서 삶의 위로와 신앙의 강화를 겪으셨고 겪어내고 있다. 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