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마음 귀스타브 플로베르 (서울: 민음사, 2017)
표지의 색감과 디자인부터 왠지 나를 붙잡았던 책. 노은동 동네 책방, <책읽는 다락서원 책방>에서 발견하고 여러 번 만졌지만 참아냈던 책. 결국에는 점심시간에 읽으려고 구매하고 이제야 읽은 책.
왠지 모를 불란서에 대한 적당한(?) 거리감 때문인지 그 나라 작가의 책을 읽기를 좋아하진 않았다. 그래도 결국 텍스트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니까 읽게 되고 읽었던 문장이 나를 또 만들어간다.
단편소설 세 편이 담겨 있는 얇은 책. 작가에 대해서 검색해보면 나오는 사실주의 전문가의 스멜. 작가의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느껴지는 꾸미지 않은 문장과의 만남은 읽는 속도를 천천히 느긋하게 만든다. 자동차로 드라이브하듯 빠르게 지나가면 느끼지 못할 풍광을 만나게 해주는 걷는 속도와 같은 읽기의 리듬으로.
소설에서 만나게 되는 분위기는 신앙의 색깔을 물씬 풍긴다. 그 색채는 기독교의 뉘앙스가 느껴진다. 중세 시대의 모습과 성자의 전설, 그리고 헤롯 왕조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향기는 가톨릭적이다.
그렇다고 종교를 강요한다거나 혐오하는 뉘앙스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럴 수밖에 없던 삶을 살아가던 민중을, 성인을, 왕(혹은 예언자 그리고 여성들)을 보게 된다. 시대 속에서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있어서 최선을 살아내던 이들의 삶을 그려낸 이야기.
신앙으로 살아내야만 했던 인물, 신앙이 아니면 살 수 없게 된 인물, 신앙 때문에 죽어야만 했던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나를 돌아본다. 어디쯤에서 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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